녹조 공포에 식수 대란

수돗물 불안감 여전
생수 매출 30% 껑충
정수기 문의도 10배 급증
  • 등록 2012-08-13 오전 11:09:29

    수정 2012-08-13 오전 11:09:29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주부 유지현씨(36세)는 지난 주 마트에서 2ℓ들이 생수를 3박스 샀다. 평소에는 수돗물을 끊여 마셨는데, 녹조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생수를 구매한 것이다. 정부에서는 수돗물을 끊여 마시면 안전하다고 발표했지만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아 당분간 생수를 사 먹기로 했다.

한강과 낙동강 등 전국 주요 식수원의 녹조 발생으로 수돗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식수 비상에 걸렸다. 정부가 수돗물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일부 전문가들이 우려를 제기하고 있고, 인터넷을 통해 이런 의견들이 확산되면서 불안감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번에 나타난 최악의 녹조현상은 폭염과 가뭄으로 인한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녹조는 수온이 섭씨 20도 이상인 더운 날씨가 7일 이상 계속될 때 수중에 남조류가 번식하면서 생기는 현상으로, 일부 남조류는 간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을 분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수에 대한 불안감은 생수 사재기와 정수기 판매 증가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물을 끓여 마시면 안전하다는 정부의 설명으로 보리차 등의 판매도 늘어나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와 정수기 업체들에 따르면 최근 들어 생수 매출은 지난해 대비 30% 이상, 정수기 판매는 25% 이상 증가했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생수 매출이 64% 신장했다. 이는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지난 3주(7월19일~8월8일) 동안의 매출 신장률 37.1%를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녹조 현상이 생수 판매에 영향을 미친 탓으로 분석된다.

홈플러스도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45% 이상 생수 판매가 늘었고, 롯데마트 역시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32.6% 매출이 올랐다.

생수 인기는 온라인몰에서도 이어졌다. 11번가는 지난 3~9일까지의 생수 매출이 전주보다 60% 증가했고, 또 보리차, 녹차 등 차 음료 매출도 지난주보다 50% 가량 올랐다.옥션도 1~9일까지 생수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73%가 증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생수 판매 현황을 보면 소용량(500㎖) 보다는 대용량(2ℓ) 제품의 판매가 늘고 있다”며 “이는 식수를 생수로 사용하는 가정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폭염과 녹조현상이 해소되지 않으면 생수 대란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정수기업체들도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바빠졌다. 하이마트에 따르면 정수기 렌탈 매출이 이달 들어 전월 대비 25% 증가했다.

웅진코웨이 관계자는 “녹조 발생 후 콜센터에 문의가 평소 보다 10배 이상 급증하고 있다”며 “대부분 정수기가 녹조로 인한 오염물질을 거를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같은 현상은 녹조발생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좋은 방법은 비가 와서 강의 수량이 늘어나 녹조가 씻겨 내려가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12일 서울을 비롯한 중북부지방에 비가 오긴 했으나 강수량이 많지 않아 이달 말까지 녹조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고가 생수와 정수기 산업 성장의 계기가 되는 등 식수원 오염과 생수·정수기 산업은 밀접한 관계를 보여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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