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차기 행정부에서 에너지장관은 화석연료 생산 확대 계획을, 재무장관은 감세와 연방정부 예산 감축 등 주요 공약사항을 이행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자리다. 모두 기업가 출신의 친(親)시장 주의자를 지목하거나 유력한 상황으로 트럼프 2기에서 규제 완화 정책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
트럼프 당선인은 16일(현지시간) 에너지부 장관에 크리스 라이트 리버티에너지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지명했다. 콜로라도주 덴버에 본사를 둔 리버티에너지는 셰일가스 추출을 위한 수압 파쇄법인 ‘프래킹’(fracking)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라이트 CEO를 에너지부 장관으로 지명하면서 “미국 셰일 혁명을 시작한 선구자 중 한 명”이라고 추켜세우며 “새로운 ‘미국 번영과 세계 평화의 황금기’를 여는 핵심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유세 기간에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석유를 시추해라)을 핵심 구호로 내세웠다. 라이트 지명자는 지구온난화 등 기후 위기를 부정하는 견해를 가진 인물로, 트럼프 2기의 화석연료 확대 구상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를 ‘기술 괴짜’라고 부르는 자유분방한 인물로, 2019년에는 프래킹에 사용되는 액체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며 카메라 앞에서 이를 직접 마시는 기행을 하기도 했다. 라이트 지명자는 “미국 에너지를 더 저렴하고 안정적이며, 안전하게 만드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에너지 허가·생산·발전·유통·규제·운송 관련해 모든 기관으로 구성될 것”이라며 “완전히 불필요한 규제의 혁신에 집중함으로써 미국의 에너지 지배를 향한 길을 감독할 것”이라고 했다.
|
트럼프 2기 경제정책의 열쇠를 쥔 재무장관 자리는 금융기관이 몰려 있는 월스트리트 출신 인물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스콧 베센트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 창업자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하워드 러트닉 CEO가 급부상했다. 러트닉 CEO는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트럼프 2기의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지명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러트닉을 “실제로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하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차기 보건복지부 장관에 지명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도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두고 ‘자유의 화폐’라고 언급하며 “비트코인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는 러트닉”이라며 지지했다. 실제 트럼프가 지난 7월 테네시주 내슈빌의 비트코인 콘퍼런스에서 “미국이 세계의 가상 화폐 수도이자 비트코인 수퍼파워가 되도록 하겠다”고 발언하는 데 러트닉이 일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인수합병 중개 등을 전문으로 하는 러트닉의 회사는 법정 화폐와 가치를 연동하는 스테이블코인 ‘테더’의 자산도 관리하고 있다.
|
트럼프 2기 인선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석유재벌과 월가 인사 기용이 기정사실하되면서 에너지와 금융 분야 규제를 대폭 풀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조 바이든 정부가 현재 시행 중인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허가 동결 해제, 연방 굴착 경매 확대, 새로운 파이프라인 허가 가속화, 발전소 및 자동차 배출가스 감축 규제 완화 등이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석유 업계에 또 하나의 큰 승리이며, LNG 수출을 늘리려는 트럼프 계획을 실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 친화적인 인사들이 재무장관 물망에 오르면서 금융 산업에서도 규제 완화가 예상된다. CBS 뉴스는 경제학자, 월가 전문가 등을 인용해 트럼프 2기 경제 정책이 기업 성장을 촉진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최대 2.2%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