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반도체업체 소니가 미 상무부에 화웨이와의 거래 승인신청을 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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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국·중국 간 고래 싸움에서 새우등 터질 신세가 된 일본 반도체 업체들이 미 상무부에 SOS를 보냈다. 미 정부가 중국 5세대(5G) 기술기업 화웨이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시행해 반도체 시장에서의 ‘큰 손’을 잃을 상황에 처한 일본 소니와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가 미 상무부에 화웨이와 거래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4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에 따르면 소니와 키옥시아는 미 상무부에 화웨이용 반도체 부품 공급을 계속할 수 있도록 거래 승인을 신청했다. 미국의 대(對) 화웨이 제재를 지켜보고만 있는다면 일본 반도체 업계의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화웨이는 세계에서 3번째로 반도체를 많이 구매하는 이른바 ‘큰 손’이다. 세계 시장에서 50% 안팎의 점유율을 확보한 이미지센서 1위 기업 소니의 경우 1조엔(한화 약 11조706억원) 가량의 전체 매출액 중 20%는 화웨이에서 나온다. 미 애플에 두 번째 ‘큰 손’ 고객이다. 또한 화웨이는 매출의 40%가 스마트폰용 전용 메모리에서 나오는 세계 2위 낸드플래시 기업 키옥시아의 주요 고객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이 제3국을 통해 부품을 사고팔 수 있는 우회로까지 차단하면서 일본 반도체 기업들은 발 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지난 8월 소니는 2021년 3월 이미지센서 사업의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45% 줄어든 1300억엔(한화 약 1조4300억원)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스마트폰 수요가 낮아진 것이 큰 영향을 미치지만, 미 상무부의 대 화웨이 제재가 영업이익 전망치가 더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의미다. 키옥시아 역시 대 화웨이 제재 여파로 오는 6일 예정된 도쿄증권거래소 지주회사 상장을 미뤘다.
이는 비단 일본 반도체 업체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닛케이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또한 미 상무부에 화웨이와 거래 재개를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일부 미국 반도체 기업은 미 정부의 제재를 빠져나간 바 있다. 지난 9월 중순 미국 인텔과 AMD는 미 상무부로부터 화웨이와 부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화웨이 반도체 공급망 제재 후 수출을 허가한 첫 사례다. 그러나 거래 대상은 컴퓨터용 제품에 한정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