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진섭 기자]
'난방온도 20도 제한, 전력소비 10% 감축, 어기면 과태료와 명단공개…' 정부가 유례없는 고강도 절전 대책을 내놨다. 이유는 올해 겨울 전력수급 상황이 긴박하기 때문. 특단의 대책을 시행하지 않으면 지난 9.15 정전사태가 재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아슬아슬한 줄타기 국면의 전력상황과 절전을 위한 에너지 공기업의 피나는 노력을 살펴본다.[편집자] 지난 달 30일 오전 11시 서울 삼성동 전력거래소 5층 중앙급전소. 일반 가정의 전력, 난방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초대형 전광판에 순간 전력 소비량이 10분 단위 30만㎾, 50만㎾씩 무더기로 치솟자 6명으로 구성된 전력감시 2조팀 요원들 사이에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급기야 전국 예비전력이 100만kW 이하로 떨어지면서 전력수급 경보가 발령된다. "적색비상 발령! 전 급전소는 긴급자율절전, 우선차단 순환정전 시행"
| ▲ 올 겨울 전력사정이 긴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홍석우 장관은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전력거래소를 방문, 전력수급 상황 점검에 나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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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kW 이하로 떨어지면서 중앙급전소장은 핫라인을 통해 지식경제부 한국전력 소방방재청으로 긴박한 상황을 급보했고, 100만kW 이하로 떨어짐과 동시에 각 본부 송변전 사업실 전력 모니터링 요원들은 비상연락망을 가동해 우선차단 순환정전을 시행했다. 전력거래소 전력수급 위기 대응 모의훈련의 한 장면이다. 올 겨울 전력대란이 예상되면서 지난 달 15일 1차 모의훈련에 이어 2주 만에 2차 훈련을 했다. 긴급 상황이 발생할 때 신속한 대처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다.
◇내년 1월 중순 불안한 전력 수급
전력당국이 설정한 예비전략 1차 방어선은 400만㎾. 하지만 이미 정부는 내년 1월 중순 예비전력이 53만㎾까지 줄어들며 전국이 다시 블랙아웃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취임 이후 첫 외부 방문지로 전력거래소를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겨울철 최대전력 수요 증가 추이를 보면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2000년 이후 1월 최대전력 수요는 연평균 7.6% 증가했다. 매년 400만㎾씩 증가한 것이다. 2000년 이후 1월 최대전력 수요 평균 증가율(7.6%)을 적용하면 내년 1월 최대전력 수요는 8028만㎾로, 공급능력(7906만㎾)을 122만㎾ 초과하게 된다. 한마디로 블랙아웃인 셈이다.
겨울철 전기가 모자라는 이유는 전기 난방 수요 급증 때문이다. 2006년 겨울 최대전력 소비에서 19.8%에 그친 난방 소비 비중은 지난해 25%까지 높아졌다. 고유가로 등유값이 치솟자 너도나도 값싼 전기로 전환한 게 가장 큰 이유다.
◇ 고강도 절전대책..올 겨울 전력난을 넘어라
물가 부담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이 쉽지 않은 정부는 고육책으로 고강도 절전대책을 내놨다. 전력피크(1월 둘째~셋째주) 기간에 최대 전력 1000㎾ 이상인 대기업 4000여 개 업체를 주간할당제도를 도입하고, 나머지 기업 1만여 곳에는 동계기간(12월 5일~2월 29일)에 10% 전력을 줄이는 게 골자다.
난방 20도 이하 유지는 4만7000여 곳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정부는 주간할당제에 참여하는 산업용 평균 전기요금의 최대 10배를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등 '채찍'과 함께 '당근'을 제시하며 전력 수요가 큰 기업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