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야권 정계개편, 어떻게 흘러갈까

지방선거 참패한 한국·바른미래당 중심 정계개편설 솔솔
한국당서 일부 탈당, 무소속 머물며 ‘헤쳐모여’ 시도 가능성
한국당, ‘대거 인재영입+바른미래 일부 흡수’ 통해 재창당할 수도
일각선 “2020년 총선 직전까지 정계개편 안돼…한참 콩가루집안으로”
  • 등록 2018-06-17 오후 5:07:04

    수정 2018-06-17 오후 5:07:04

지방선거 참패 후 15일 무릎 꿇고 사죄하는 자유한국당(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6.13 지방선거 후 정치권에선 보수 야권 정계개편설이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일단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키로 함에 따라 즉각적인 현실화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2020년 총선 전까지 보수 야권을 중심으로 정치권이 요동치면서 새로운 정치지형을 만들어낼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17일 현재 정치권에 흘러다니는 정계개편 시나리오는 경우의 수가 정해지지도, 어느 한쪽으로 무게가 쏠리지도 않은 상황이다. 두 당 모두 선거 참패라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데다 이후 얼마나 더 여진을 겪게 될지도 모르는, 시계제로 상황인 까닭이다.

한국당 일부 탈당 후 원조 소장파 등과 제3지대서 새 출발?

일각에선 한국당에서 비대위 차원의 당 혁신, 쇄신작업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판단한 의원들 몇몇이 탈당해 무소속으로 머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비슷한 전례도 있다. 2011년 10월 한나라당(한국당 전신)이 무상급식 이슈가 몰아쳤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 사건으로 위기에 몰렸던 때다. 당 쇄신파는 쇄신을 위한 재창당을 요구했지만 친박근혜계에 밀려 관철되지 않자 정태근·김성식 당시 의원이 탈당했다. 2016년 말 탄핵정국 이후엔 유승민 의원 등이 ‘보수개혁신당’ 기치로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이번에도 한국당은 당 안팎에서 ‘당 해체 후 재창당’ 수준의 혁신 요구에 부딪혔지만 우선은 비대위 체제를 가동키로 해, 향후 비대위가 국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일부 의원들의 이탈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당에서 일부 의원들이 떨어져나온다면 이들과 현재 무소속으로 머물고 있는 ‘원조 소장파’ 원희룡 제주도지사, 바른미래당 의원 몇몇 등이 제3지대에서 만나 새로운 당을 만들 수 있단 전망도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원조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이 뭉치든 해서 ‘중도보수개혁연합’ 식의 깃발 아래 새로운 집단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바른미래당에서 대선주자급인 유승민 의원이 합류하느냐, 남느냐가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 경우 자칫 세 불린 ‘바른정당’ 시즌2로 비춰질 공산이 있다.

한국당, 10년 실패한 ‘인재영입’해 재창당 수순?

다른 시나리오는 한국당이 전면적인 인적쇄신을 단행, 시민사회와 학계 등에서 새 인물들을 대거 수혈하고 바른미래당 일부도 흡수해 새 간판으로 재창당까지 나아가는 경우다. 우선 한국당을 ‘전면 개조’한 뒤 보수진영을 크게 아울러 여권과 대적할 세력을 규합한다는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살아돌아온 이철우 경북도지사 당선자가 앞장서 제시한 방향이기도 하다. 이 당선자는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재창당 수준으로 가야 한다”며 “중도, 보수, 우파를 모두 아우르는 시민단체, 경제와 안보를 걱정하는 많은 시민들도 함께 들어와 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김성태 대표권한대행도 15일 비상의원총회에서 △‘수구냉전 패러다임’ 전환 △확실한 세대교체 △당 해체를 통한 재시작 등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비대위 체제로 시작해도 쇄신방향은 당이 지향하는 보수가치 재정립과 인물교체, 재창당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간 맥이 끊긴 ‘새 피 수혈’이 가능할지엔 의구심이 제기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6년 15대 공천을 앞두고 이재오·김문수·홍준표·정의화 등 인재를 영입했고, 이회창 전 총재도 오세훈·원희룡 등 영입에 성공했지만 이후엔 특별한 시도도, 성과도 없었다. 새 인물 수혈에 실패하고 기존 정치인들 안에서 간판교체만 이뤄진다면 ‘혁신’ 효과는 반감될 것이란 게 정치권 평가다.

총선 전까지 정계개편 지지부진 가능성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각각 혁신 과정에서 내홍에 시달리면서 시간을 허비하다 총선 전까지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정계개편 시점이 총선 직전까지 늦춰지는 셈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총선이 있으면 금배지를 내려놓게 될까봐 조급한 마음을 가질 수 있지만, 2년 남은 지금은 급한 게 없다”며 “당장 어떤 식이든 정계개편이 이뤄질 것이라 보지 않는다”고 했다. 원로인 유인태 전 의원도 “정계개편의 최종 결론은 총선 6개월 전에야 날 것이고, 내년 가을쯤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며 “총선을 목전에 둬야 정계개편의 종착역이 오는 거고 그 사이엔 한참 콩가루 집안, 봉숭아학당을 연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실화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특히 한국당의 즉각적인 당 해체와 소속 의원 전원의 무소속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신율 교수는 “지금은 야당이 있어도 정부여당 견제기능을 할 수 없고, 견제의 공백이 이어질 것”이라며 “당을 해체해 비례 의원들까지 모두 무소속으로 남아있다가 총선 6개월 전쯤에 뜻 맞는 이들끼리 창당하면 차라리 임팩트가 있으리라 본다”고 했다. 한국당 한 관계자도 “당 해체하고 모두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다보면, 선거 임박해선 유권자들이 알아서 옥석을 가려서 다시 부름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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