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친화적 공급망, 내부 노력만으로 한계…한·독 협력 강화해야"

[대사열전]게오르크 슈미트 주한독일대사①
우크라 전쟁 이후 독일 공급망 재편 추진
탄소중립 실현도 공급망 구축 우선 고려 대상
"국제적인 탄소 배출 데이터 구축 필요"
"韓 디지털·AI 등 강점…정부·기업간 협력 강화"
  • 등록 2024-10-20 오후 6:36:48

    수정 2024-10-20 오후 11:28:55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전 세계는 산업혁명 이후 대전환의 시기에 놓여 있습니다. 탄소중립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겪고 있지만 독일과 한국이 잘 협력해 장점을 살린다면 안정적인 ‘기후 친화적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오르크 슈미트 주한 독일대사[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기후 친화적 공급망 구축 韓 공통 과제

게오르크 슈미트 주한독일대사(61)는 지난 18일 서울 중구 주한독일대사관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특정 국가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탄소 중립을 추구하는 공급망 구축은 독일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도 공통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면서 세계 각국에선 공급망 다변화가 주요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러시아는 원유와 천연가스 주요 생산국가로 유럽연합(EU)은 2020년 기준 천연가스 수입량의 38%를, 우크라이나에서 밀과 옥수수, 보리 등 곡물의 10% 이상을 의존해았다. 앞서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을 포함해 각국 공장이 문을 닫으며 공급망이 교란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인한 충격파는 엄청났다. 세계 곳곳에서 기록적인 물가 상승에 직면했고, 각국 중앙은행들은 이를 진화하기 위해 서둘러 금리를 인상하게 됐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은 독일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에 일대 전환점이 됐다. 러시아가 정치적·군사적 목적을 이유로 독일을 비롯한 주요국과 교역 관계를 끊으면서 식량, 에너지 안보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돼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은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슈미트 대사는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으면 안 된다”는 독일 속담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독일 정부는 모든 공급망을 일일이 점검하며 한 바구니에 담긴 계란을 여러 바구니로 나눠 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공급망 위기가 지역 분산이라는 단순한 접근으로 풀 수 없는 고차원 방정식이라는 점이다. 특정 지역 의존도가 높았던 공급망을 재편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한 데다 막대한 비용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5% 줄이겠다는 EU의 목표 수준까지 맞춰야 해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독일은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지속 가능한 공급망 구축에 역점을 두고 있다. 독일 내부에서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늘리는 데서 더 나아가 독일과 연결된 외부 공급망을 기후 친화적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개별 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생산 과정 전 단계에 걸쳐 파악하는 ‘인더스트리(산업) 데이터베이스’는 독일 정부의 기후 친화적 공급망 구축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각 생산 공정별로 세밀하게 정부에 보고하게 해 해외에서 수입한 중간재의 이산화탄소 배출량까지도 훤히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슈미트 대사는 “하나의 제품을 보면 그 중 일부는 한국이나 중국, 인도네시아 등 여러 국가의 중간재들이 섞여 있어 각 생산 단계에서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는 건 매우 복잡하다”며 “그럼에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가 세운 기후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세계 각국이 무역을 통해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는 표준을 마련하고, 데이터 구축해야 한다”며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국제적인 탄소 배출 데이터 구축 필요”

슈미트 대사는 기후 친화적 공급망 구축을 논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에너지 전환 정책도 독일 정부가 흔들림 없이 추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체르노빌 폭발 사고를 계기로 탈원전 논의를 시작해 1998년 원자력을 20년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이어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기점으로 탈원전 논의는 더욱 힘을 얻어 독일에서는 원전 부활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탈원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는 전력원 구성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은 독일 전체 전력원의 39%로, 2010년 8%였던 것과 비교하면 30%포인트 넘게 늘었다. 독일 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80%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반면 러시아산 천연가스 등 에너지 공급이 끊긴 이후 프랑스와 영국 등 EU 주요 국가에서는 원자력 발전으로 회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선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글로벌 빅테크가 잇따라 소형모듈원자로(SMR)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독일이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고수할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는 “독일은 탈원전 이후 중앙집권적인 대형 에너지 기업 중심에서 소규모 분산형 전원으로 바뀌며 ‘스마트그리드’ 강국이 됐다”며 “풍력과 태양광 발전도 꾸준한 기술 개발로 인해 킬로와트 당 생산 가격이 많이 줄었으며, 계속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경제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원전 회귀 가능성에 단호히 선을 그었다. 슈미트 대사는 “일부 유럽 국가가 SMR을 가동하고 싶어하고 있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단언할 수는 없다”라면서도 “유럽에서는 과거와 같은 원전 르네상스는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기후 친화적 공급망 구축을 위한 한국과 협력 방안에 대해 그는 “양국 모두 안정성을 가지면서 특정 지역에 의존하지 않는 공급망 확보가 공통의 과제를 가진 만큼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한국은 디지털화와 AI, 제조업 분야에서 강점이 있는 만큼 각자 가진 경쟁력을 바탕으로 정부, 기업 대 기업 간 협력이 이뤄질 수 있게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슈미트 대사는…

△2023~현재 주한 독일대사 △2018~2023 주태국 독일대사 △2014~2018 베를린 외무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및 사헬 특임관 △2006~2014 베를린 연방대통령청 아시아·호주·아프리카·개발협력 과장대리 및 과장△런던대학교 SOAS(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지역 전문 단과대) 극동아시아학 석사 △홍콩대학교 역사학·경제학 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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