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만원 당근 알바 진짜일까"...'하반신 마비 여동생'은 없었다

펜션서 이틀간 감금 후 도주 시도...차량서 흉기 발견
  • 등록 2025-01-14 오전 7:58:23

    수정 2025-01-14 오전 7:58:23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하반신 마비인 여동생의 간병인을 구한다’며 여성을 유인해 납치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는 소식에 누리꾼들은 경악했다.

사진=온라인
지난 9일 온라인에 ‘당근 알바 60만 원 준다는데 진짜일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하반신 마비 여자아이 간호해주실 분 구합니다”라고 시작하는 구인 글을 공유했다.

중고 거래 앱 ‘당근’에 올라왔다는 이 구인 글에는 “실근무지는 가평이다. 픽업지(장소) 와 계시면 출퇴근 픽업해드린다. 근무 시간은 22시~10시. 인원 갑자기 펑크 나서 급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하는 일은 많이 없고 대화 나눠주시면서 놀다가 취침 준비하시고 일어나셔서 청소 및 아침식사 준비 정도 해주시면 된다. 화장실 동행도 해주셔야 한다”며 “나이가 어리고 겁이 많은 친구라 비슷한 나이 동성 우대한다. 프로필 사진 본인 사진으로 변경 후 지원해달라”는 조건도 첨부돼 있었다.

여기에 호기심을 보인 글쓴이에게 다른 누리꾼은 “찝찝하고 무섭다”, “저런 건 300번 의심해도 부족하다. 근무지 어딘지 정확히 물어봐라. 간병인데 말동무 상대 정도만 구하는 것도 이상하다”고 조언했다.

결국 누리꾼의 촉이 맞았다. 13일 경기 가평경찰서는 납치와 감금 등 혐의로 20대 남성 A씨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9일 오후 7시께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30대 여성 B씨를 자신의 차량에 태워 가평군 청평면 대성리 한 펜션으로 데려가 약 이틀간 감금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중고 거래 앱을 통해 ‘하반신 마비인 여동생의 간병인을 구한다’며 B씨를 유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발생 이틀 뒤 A씨 지인은 범죄를 의심해 112에 신고했고, 이를 알아챈 A씨는 펜션에 있던 B씨를 차량에 태우고 도주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 차량과 펜션을 추적해 11일 오전 5시 10분께 가평군 청평면에 주차된 차량에서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B씨는 차량 조수석에서 구조됐다. 차 안에선 흉기가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별다른 직업 없이 서울에서 지냈으며, 하반신 마비인 여동생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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