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골검사에서 첫 '내란수괴 혐의' 현직 대통령으로[尹 탄핵소추]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팀장…'스타검사'로 유명세
朴정부서 한직 전전→文정부 승승장구 벼락출세
조국 수사로 갈등겪은 후 보수진영 대통령 '반전'
정권리스크에도 여의도 무시…野와 지속적 갈등
  • 등록 2024-12-14 오후 5:03:57

    수정 2024-12-16 오전 6:37:13

(그래픽=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며, 윤 대통령은 헌정사 세 번째로 탄핵소추가 된 대통령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각각 ‘정치적 중립 의무’, ‘국정농단’을 이유로 탄핵소추가 됐던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윤 대통령은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로 탄핵소추란 점에서 헌정사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

강골검사로서 ‘법과 원칙’을 외치며 대통령 자리까지 오른 윤 대통령은 즉각적인 직무정지 외에도 향후 헌법재판소에서의 탄핵 재판을 통해 파면 여부가 결정되게 된다. 더욱이 그는 대통령 불소추특권에서 제외되는 내란 혐의로 수사를 앞두고 있어 향후 현직 대통령 사상 첫 구속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대중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13년 국가정보원의 대통령선거 개입 의혹 검찰 특별수사팀의 팀장을 맡으면서부터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은 그 수사 결과에 따라 당시 대통령 취임 3개월 차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통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었던 만큼, 정부·여당은 총력 방어에 나서고 있었다.

통상 선거 사건을 다루는 공안통이 팀장을 맡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은 대표적인 특수통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을 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 정권 차원의 강력한 반발 속에도 검찰 수사팀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까지 빠르게 겨냥하며 수사에 속도를 냈다. 하지만 채 전 총장이 혼외자 의혹으로 불러선 후에는 검찰 지휘부와의 갈등도 겪기 시작했다.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상급자였던 서울중앙지검장의 결재 없이 전결로 영장 청구를 한 사실로 윤 대통령은 결국 수사팀에서 쫓겨났다.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비롯한 수사팀을 ‘정의로운 검사’로 칭하며 이들에 대한 강력한 지지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윤 대통령의 ‘검사 자질’을 거론하며 거세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같은 해 10월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검찰 상부의 수사외압을 폭로하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자신을 대표하는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 정권에 미운털이 박힌 윤 대통령은 이후 한직으로서 직접 수사를 거의 하지 않는, 한직인 고등검찰청을 전전했다.

조국 수사 계기로 민주당과 갈등→보수 대권주자로

윤 대통령에게 검사로서 새로운 기회를 준 것은 2016년 말 터진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의혹이었다. 그해 11월 특별검사로 임명된 박영수 전 특검은 검찰에서 오랜 인연이 있던 윤 대통령을 특검 수사팀장으로 낙점해 파견을 받았고, 윤 대통령은 수사팀장으로서 박근혜정부 인사들에게 매서운 칼을 들이댔던 국정농단 수사를 주도했다.

그리고 이듬해 5월 대선에서 승리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당선 열흘 만에 윤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임명했다. 전임이었던 이영렬 전 검사장에 비해 다섯 기수나 아래인 기수 파괴 인사였다. 더욱이 청와대가 직접 서울중앙지검장 인선을 발표한 것 역시 파격이었다.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이명박·박근혜정부 관련, 소위 ‘적폐수사’를 강도 높게 진행해 문재인정부 인사들을 만족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하반기 재·보궐선거일인 16일 서울 용산공예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기표소로 들어서고 있다. 윤 대통령은 극우 유튜버 주장과 같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했다. (사진=대통령실)
이후 예상대로 2019년 6월, 역시 파격적으로 검찰총장으로 지명됐다. 당시 인선을 두고 민주당은 크게 환영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강력 반발했을 만큼 윤 대통령은 민주당 사람으로 크게 각인되던 상황이었다. 특히 한국당은 당 차원에서 “수사를 통해 자신이 문재인 사람임을 몸소 보여줬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성은 날 샌 지 오래” 등의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에 임명된 후 정권 중반기를 넘어가던 문재인정부를 향해 칼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이 총애하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전 조국혁신당 대표)과 관련한 수사를 계기로 정권과 갈등이 깊어졌다. 이 과정에서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등과 갈등, 그 이후 정권 차원의 징계를 겪으며 그는 보수 진영으로부터 지지를 받게 됐고, 자연스럽게 보수 진영 차기 대선 주자로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재명 0.73%p로 이겨…거대야당과 소통 거부

윤 대통령은 대선을 1년여 앞둔 2021년 3월 전격적으로 검찰총장직을 사퇴했다. 그는 퇴임 기자회견을 통해 “(문재인정부에 의해)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며 강력한 대권 도전 의지를 드러냈다.

문재인정부에서의 부동산 가격 폭등과 조국 사태 등을 계기로 당시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이 커졌고, 윤 대통령은 같은 해 7월 국민의힘에 입당하며 대권 레이스에 본격 합류했다. 그는 대중의 높은 지지를 바탕으로 경쟁상대였던 홍준표 후보(현 대구광역시장)를 누리고 대선 후보 경선에서 최종 승리했다. 그리고 2022년 3월 대선에서도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0.73%포인트(24만 7077표)라는 간발의 차이로 누르고 마침내 대권을 쟁취했다.

그리고 대선 세 달 후 진행된 지방선거에서 여당은 압승을 하며 윤석열정권은 초기 순항했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 리스크 등이 부각되며 이내 정권 위기가 시작됐다. 대통령실 이전 등에서의 김 여사 개입 의혹 등이 지속적으로 불거진 것이다. 김 여사 리스크는 이후 명품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게이트 등으로 확산되며 윤석열정권의 위기를 더욱 키웠다.

더욱이 정치 경험이 없는 윤 대통령의 ‘여의도 무시’ 경향도 정권의 위기를 키웠다. 여당 대표 인선 등에 대한 노골적 개입은 물론 야당과의 갈등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특히 소수여당의 힘만으로 국정을 이끌어가는 것에 한계가 명백한 상황임에도 윤 대통령은 야당과의 소통을 사실상 외면하다시피 했다. 이처럼 야당과의 대립 구도 심화는 여당에게 더욱 악재가 됐다.

총선 대패에도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

윤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는 20%대까지 추락했고, 결국 정권 중간평가 성격이 강했던 올해 4월 22대 총선에서 여당은 대패했다. 수도권 의석 대부분을 야당에 내주고, 개헌 저지선을 겨우 지킨 최악의 패배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여당 내에서조차 “21대 총선에 비해 5석이 늘어난 만큼 대패가 아니다”는 안일한 인식이 정부·여당에 팽배해 있었다.

윤 대통령은 총선 대패 후인 올해 4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영수회담을 하며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 듯했으나, 영수회담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총선에서 승리한 야당은 대여공세를 높여나갔지만 윤 대통령은 그 이후에도 끝내 야당에 대한 설득에 나서려는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며 총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야당은 국무위원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 특검법 등에 대한 국회 통과를 강행했고, 정부·여당은 이에 반발하고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거부)권을 행사하는 도돌이표 갈등 정국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도 올해 11월 국회 시정연설에 불참하며 국회 무시를 이어갔다. 이에 야당은 대규모 감액으로 응수했고 갈등은 이어졌다.

더욱이 김 여사 리스크는 나날이 심해지고 있었다. 명품백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는 여론에 불을 질렀고, 여당 내에서도 김건희특검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원들이 늘었다. 야당은 김 여사에 대한 여론의 비판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압박 강도를 높이며 특검법 통과 가능성을 나날이 키웠다.

이처럼 정권이 수세에 몰리던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위헌·불법적 비상계엄 선포라는 최악의 악수를 선택했다. 헌법과 계엄법을 깡그리 무시한 채, 국민 대의기관인 군경의 군화발로 국회을 침탈하며, 비상계엄 선포 11일 만에 탄핵소추를 당하게 됐다. 그는 아울러 현직 대통령 신분임에도 불소추 특권과 무관한 내란죄로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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