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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의 항공 대피작전이 종료될 때까지 카불 국제공항에 들어가지 못한 아프간인들이 육로를 통해 주변 국가들로 대피를 시도하고 있다. 국경 지역 도시를 향하는 트럭에 탑승하려고 1인당 최대 90달러를 내는가 하면, 수백달러에 달하는 요금을 내고 택시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파키스탄과 이란 등 아프간 접경 국가들이 육로 국경을 폐쇄, 탈레반 통치에서 도망치려는 수만명의 아프간인들은 나라를 떠나지 못하고 갇혀 있다”고 보도했다.
아프간을 벗어나기만 하면 미국 및 다른 국가에서 재정착할 수 있는 기회라도 생기지만 주변국들이 협조하지 않아 이마저도 막히게 된 것이다. 인근 국가인 카타르가 아프간으로의 항공 운항을 재개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 카불 공항을 비롯해 아프간 내 어떤 공항도 문을 열지 않고 있다.
유엔은 아프간 주변 국가들에게 적극적인 난민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아프간 접경 국가들은 난색을 표한다. 이미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상황에서 추가 수용시 각종 사회적 문제는 물론 재정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에 아심 아마드 파키스탄 외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현재 아프간 난민이 가장 많은 나라다. 우리는 할 만큼 했다”고 강조했다. 이란과 다른 중앙아시아 이슬람 국가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고 WSJ는 전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아프간전에 개입해 어느 정도 책임감을 느끼고 있지만, 2015년 시리아 난민 유입으로 곤혹을 치른 탓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리아 난민 유입 후 대다수 유럽 국가에서 각종 사회적 문제가 대두됐고, 반(反)이민 정서가 정치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에 유럽은 직접적으로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고 아프간 주변국들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아프간 동부 파키스탄 접경 지역 토르캄에선 응급 의료가 필요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아프간인들이 국경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남부 파키스탄 접경지역인 차만 검문소에선 국경지역에서 살고 있다는 문서를 보유한 경우에만 문을 열어주고 있다. 이에 인신매매, 서류위조 등 범죄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WSJ는 “문제는 탈레반 통치 후 식량, 연료, 현금 등이 고갈되고 국가 경제가 붕괴될 위기에 놓이면서 앞으로 더 많은 아프간인들이 탈출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