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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중개업체 브래머에 따르면 올해 20피트 컨테이너 1만 7000개를 운반할 수 있는, 즉 1만 7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 용량의 ‘대형’ 컨테이너선이 6척 인도될 예정이다. 이는 2020년 17척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반면 1만 2000~1만 6999TEU 용량의 ‘중형’ 컨테이너선은 올해 83척이 건조될 예정이다. 5년 전과 비교해 약 5배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만 8000TEU 이상 선박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이후 글로벌 무역이 다시 활성화하면서 컨테이너 해운 업계의 수익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초 기준 해당 규모의 선박 주문은 총 76척으로, 2023년 같은 시점의 45척 대비 31척 늘었다. 업계 리더인 MSC 한 곳에서만 작년 9월 2만 1000TEU 선박 10척을 주문했다.
하지만 글로벌 무역 중심이 중국에서 아시아 다른 지역 항구들로 이동하고 있는 데다, 지난해 홍해에서 예멘 반군이 민간선박을 공격하면서 대형 운송선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다. 브래머의 조나단 로치 분석가는 “글로벌 무역이 지지부진한 데다 대형 선박이 이미 포화 상태라는 점 등도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며 “1만 6000TEU 선박이 가장 인기 있는 주력 선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중 관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부문에서 대중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 압박을 가중했다. 그 결과 해외 기업들은 물론 중국 기업들까지 관세 및 제재를 피하기 위해 생산거점을 중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전했다. 인도와 베트남이 최대 수혜국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산 수입품에 최소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해 제조업 공급망의 탈중국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에서 한 번에 많은 물품을 실어나를 일이 적어지면서 대형 컨테이너선에 대한 필요성도 줄어든 것이다.
2021년 수에즈 운하에서 2만TEU 규모의 에버기븐 선박의 좌초된 사건, 지난해 홍해에서 예멘 반군의 민간선박 공격으로 사실상 수에즈 운하가 폐쇄된 사건 등에서 유연성이 중요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항로를 우회하면서 운송 비용이 급증하자 업계에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상시 이용이 가능한 선박을 보유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아울러 중국 기업들은 트럼프 1기 당시 고율 관세로 대미 수출이 어려워지자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중남미 지역으로도 대체 수출시장을 개척했는데, 파나마 운하의 경우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통과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로펌 HFW의 윌리엄 맥라클런 파트너는 “수에즈 운하 폐쇄는 컨테이너 운송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작은 선박이 거시경제적 사건에 더 쉽게 대응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린 대체 연료 공급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어떤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을 건조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