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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총장은 15일 서울신라호텔에서 ‘기후위기: 가능성 있는 미래로의 초대’라는 주제로 열리는 제13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전기 1키로와트(kW)를 만드는데 태양광은 57그램(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원전은 10g으로 태양광의 6분의 1 수준”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이 때문에 유럽연합(EU)에서는 원전을 그린 텍소노미(녹색분류체계·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의 범위)에 포함했다”며 “새 정부에서는 이런 점을 신중히 고려해서 보다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탄소 중립 로드맵을 작성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을 맡은 반 전 총장은 당시에도 원전 발전의 중요성을 주장했다며 임야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해서라도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모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당시에도 파리기후협약을 이끌어내는 등 탄소 중립을 위해 힘써왔다.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반 전 총장은 탄소 중립이 얼마나 미룰 수 없는 과제인지 다양한 예를 통해 소개했다. 지난해 러시아 베르호얀스크의 기온이 지난해 48도까지 올라갔다. 이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추운 지역 중 한 곳으로 1월 평균 기온이 영하 45.9도로 떨어지는 곳이다. 그는 “영하 45.9에서 영상 48도까지 90여도가 올라갔다”며 “온난화 파국 시점이 급속히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 전 총장은 “지구는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에게 옵션B는 없다”며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정부, 기업, 시민 등 모든 경제주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먼저 정부 차원에서는 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기술 개발 지원, 환경 교육, 중소기업들이 탈탄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 등을 당부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을 당선인 신분에서 만나서도 탈탄소 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추진해주길 당부했다고 한다.
반 전 총장은 기업 경영 과정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이슈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APG)은 작년 한국전력이 석탄발전소 투자를 지속하니 투자금을 뺐다. 한전 예산의 7%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라며 “세계 각국에서 구속력 있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고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반 국민에게는 정치 지도자의 감시자이자 소비자로서 정부와 기업에 친환경·저탄소 정책에 압력을 가해달라고 요청했다. 반 전 총장은 “특히 젊은 친구들은 자신의 장래가 편해지도록 더 요구할 특권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가 미덕처럼 여겨졌던 지난 사회였지만 이제는 전등 하나, 수돗물 한 방울도 헛되이 하지 않는 절약의 미덕을 다시금 되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국민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민간 차원 시민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며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