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부터 강기정까지’ 역대 청와대 수석 잔혹사

5000만원 뇌물 의혹 받는 강기정..앞서 전병헌·한병도도 재판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보좌하지만 '독이 든 성배'
사정권력 제어하는 민정수석과 靑-국회 잇는 정무수석에 화살
박근혜 정부에서도 정무수석 6명 중 4명이 재판
  • 등록 2020-10-15 오전 11:00:30

    수정 2020-10-16 오전 11:02:02

우병우부터 강기정까지 독이 든 성배 청와대 수석비서관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청와대 수석 비서관 잔혹사가 다시 연출되고 있다.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배후 ‘전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5000만원의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연출되면서다. 대한민국 사정기관을 관할하는 민정수석비서관실과 국회·정당과 청와대 소통의 가교 역할을 맡은 정무수석비서관실이 특히 비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강기정 전 정무수석, 라임자산으로부터 금품수수?

강 전 수석은 김 전 회장으로부터 부적절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8일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의 공판에 출석해 이 전 대표에게 로비 명목으로 5000만원을 건넸고 이 전 대표가 청와대로 찾아가 이 금액을 강 전 수석에게 전달한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증언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퍼졌다.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사진=연합뉴스)
강 전 수석은 전혀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극렬하게 반발했다. 강 전 수석은 이 전 대표를 만났다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돈을 받았다는 주장에는 부인한 것. 강 전 수석은 김 전 대표를 위증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는 별도의 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여파가 커졌다.

강 전 수석의 반발에 청와대도 측면 지원에 나섰다. 청와대 출입 시스템을 예로 들면서다. 청와대는 직원부터 수석까지 출퇴근 때 가방 검사를 받고 들어올 때는 반드시 엑스레이 검색대를 통과하는 구조다. 돈 5000만원이 들었다면 발각되지 않을 수 없다. 이 전 대표의 청와대 출입 기록을 검찰에 제공하겠다는 청와대의 호언에서 이 같은 자신감도 감지된다.

다만 검찰이 요청한 CC(폐쇄회로)TV 자료는 기한이 지나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앞서 지난 7월 검찰은 청와대에 이 전 대표의 출입기록을 제출해달라고 청와대에 요청했지만 청와대는 공공기관 정보공개법 9조를 근거로 거부했다. CCTV의 경우 관리 지침에 따라 중요시설은 3개월, 기타 시설은 1개월씩 보관 기한을 둔다.

무엇보다 당시에는 제출할 CCTV 자료조차 있지 않았으나 청와대가 거부를 하면서 검찰의 자료제출 요구 이후 청와대가 폐기한 것 아니냐는 오해도 연출됐다. 청와대는 “검찰이 요청할 당시 이미 보존기간이 11개월 정도 더 지나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영상자료”라고 부연설명을 달았다.

청와대가 문 대통령의 지시로 검찰 수사에 협조할 뜻을 밝히면서 강 전 수석 문제는 법정에서 치열하게 진실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옵티머스자산운용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옵티머스·라임 펀드를 둘러싼 정관계 로비 의혹이 정국의 핵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점쳐진다.

전병헌·한병도 등 문 정부 정무수석 잔혹사 이어져

수석 비서관 잔혹사는 강 전 수석에게만 그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초대 정무수석인 전병헌 전 의원 역시 실형을 선고 받는 불명예를 안았다. e스포츠협회를 통해 여러 대기업으로부터 수억 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전 전 수석은 지난 7월 열린 항소심에서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업무상 횡령 혐의 등으로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전 전 수석은 지난 2013~2016년 국회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회 소속으로 재직하면서 롯데홈쇼핑과 GS홈쇼핑, KT 등으로부터 각각 3억원, 1억5000만원, 1억원 등 모두 5억5000만원을 e스포츠협회에 기부받은 혐의를 받았다.

전 전 수석이 뒤를 이었던 한병도 전 정무수석 역시 재판을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정부의 모든 정무수석이 검찰과 마찰을 빚는 셈이다.

한 전 수석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난 1월 불구속 기소됐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송철호 현 울산시장의 경선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고위직을 제안하며 출마 포기를 권유한 혐의가 그에게 쏠린다.

사정 권력의 최정점에 서 있는 민정수석실도 예외가 아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와 웅동학원·사모펀드·자식의 입시부정 등의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한때 문 대통령 지지율 40%를 위협했을 정도로 정권에 위해를 가했다. 조 전 수석의 뒤를 이었던 김조원 전 민정수석 역시 다주택자 논란을 받으면서 불명예 퇴진했다.

대통령 최측근... 하지만 ‘독이 든 성배’ 될 수도

비단 문재인 정부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파면이라는 결과의 중심에 섰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재판이 한창이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명예를 얻지만 ‘독이 든 성배’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뒤끝이 좋지 않다는 것을 전현직 정부에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청와대 정무수석 6명 중 4명이 재판장에 섰다. 현기환 전 수석은 부산 엘시티(LCT) 사업 비리의 핵심인 이영복 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2018년 3월 징역 3년6개월 형이 확정됐다.

조윤선 전 수석은 진보 성향 문화예술계 단체에 대한 지원을 배제했던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지난 6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함께 기소된 박준우 전 정무수석도 같은 형량을 받았다. 20대 총선 여론조사 비용 명목으로 국정원장으로부터 특수활동비 5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 김재원 전 수석(현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대법원까지 가는 논쟁 속에 무죄를 판결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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