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한국전력(015760) 적자를 메우기 위해 한전이 채권 발행을 늘리면서 자금시장이 다시 한번 한전채로 인한 구축효과에 시달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한전채는 시장의 자금을 끌어모으면서 회사채 시장의 경색을 불러왔다. 다만 회사채 시장은 아직까지는 한전채 발행의 영향을 받지는 않는 분위기다.
한전, 이번주만 1조원 가까운 채권 발행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이날 2년물 2100억원, 3년물 1900억원의 채권을 발행했다. 금리는 각각 3.950%다. 지난 4일 입찰한 5300억원 규모 한전채 발행에는 1조2000억원이 몰려들었다. 당시 발행금리는 2년물 3.990%, 3년물 4.000%였다. 이번주 들어서만 총 9300억원의 한전채가 발행된 것이다.
한전채는 지난 2021년 10조4300억원 규모가 발행됐는데 지난해 발행 규모는 31조8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
하지만 한전채 대규모 발행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는데다 전기료 인상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 되면서 3월 말 기준 동일등급 공사채와 한전채 금리는 20bp까지 다시 벌어졌다. 한전채는 3월까지 8조100억원이 발행되면서 물량 부담이 생기고 있는 상태다.
“당장 문제되진 않겠지만…회사채 시장 우려 요인”
한전채로 인한 채권시장 전반의 약세와 기업 자금조달활동을 위축시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회사채 시장은 1분기 연초효과가 사라지면서 2분기 들어서 미매각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번주 콘텐트리중앙(BBB)과 GS엔텍(A), 쌍용씨앤이(003410)(A) 등 비우량채가 연이어 미매각을 기록했다. 김 연구원은 “한전채 대규모 발행이 이어지면서 구축효과로 크레딧채권 전반의 약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회사채 시장은 아직까지 크게 흔들리지는 않고 있다. 일부 미매각이 발생하고는 있지만 초우량채인 SK텔레콤(017670)(AAA) 수요예측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고, A급 비우량채인 한화(000880)(A+)와 E1(017940)(A+)에 목표수요의 6~7배가 넘는 주문이 들어오는 등 비우량채 내에서도 옥석가리기가 나타나고 있는 분위기다.
권기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전채 및 은행채 발행 물량 확대 가능성이 재부각되면서 시중 자금 흡수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기업 자금 경색 뉴스가 다시 부각된다면 비우량채 수요는 빠르게 급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