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경찰이 철저히 수사해 국민이 불안하지 않게 해주시길 바랍니다.” 딥페이크 범죄나 마약 등 주요 범죄가 사회를 혼란하게 할 때마다 국회에서 열리는 국정감사 혹은 상임위 전체회의 때 항상 반복되는 국회의원들의 발언이다. 정부를 견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는 ‘품위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 국회, 특히 야당의 모습을 보면 정말 국민을 바라보며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20일 야당 단독으로 전체회의를 열고 내년 경찰청 예산안을 의결했다. 이 중 가장 주목을 받은 대목은 경찰의 특별활동비(특활비)였다. 야당은 정부가 예산안에 편성한 특활비 약 31억원을 전액 삭감한 것이다.
야당은 특활비에 ‘검은 돈’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이를 삭감했지만 사실과 다르다. 특활비는 마약 수사와 같은 기밀 유지가 필요한 수사뿐 아니라 딥페이크 범죄 등 신종 범죄 수사에 대부분 쓰이고 있어서다. 하지만 특활비는 이미 지난 몇 년간 수차례 예산 구조조정을 통해 2020년 44억에서 31억원까지 감축했고 3년간 예산을 동결했다.
문제는 이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민생범죄에 일반인들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유행하는 범죄는 온라인에서 점조직 형태로 일반인들에게 접근해 벌어진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경찰이 은밀하게 접근해 조직을 소탕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수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즉 특활비가 사라져 수사가 위축된다면 일반 국민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야당이 예산 삭감을 주도하는 것은 일종의 ‘경찰 길들이기’라고 해석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달 초 벌어진 서울 도심 집회 관리 과정에서 불거진 충돌 사태에 대해 경찰청장이 사과를 하지 않자 실력행사를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적 의도에 따라 꼭 필요한 예산을 볼모로 다른 것을 요구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다. 올해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할 것이다.
| (그래픽=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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