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순환출자 고리' 끊어졌다

삼성카드, 삼성에버랜드 지분 17% KCC에 매각
삼성카드→에버랜드 이어지던 순환출자구조 깨져
KCC, 에버랜드 2대주주 올라..삼성-KCC 협력관계 주목
  • 등록 2011-12-12 오후 9:12:00

    수정 2011-12-12 오후 10:21:54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가 마침내 끊어졌다. 삼성카드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KCC에 매각하면서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카드의 지분관계가 사실상 청산됐기 때문이다.

12일 KCC(002380)삼성카드(029780)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에버랜드 주식 64만1123주 가운데 42만5000주(총 발행주식수의 17%)를 매입했다고 발표했다. 주당 인수가격은 182만828원, 총 인수금액은 약 7739억원이다.

이로써 KCC는 삼성에버랜드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삼성에버랜드의 최대 주주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사장(25.1%)이고, 삼성카드(8.64%)는 3대 주주로 밀려났다. 삼성카드는 5%를 제외한 나머지 3.64%의 삼성에버랜드 지분도 추가로 매각할 예정이다.

지난 2003년 카드대란으로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이 합병하면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독특한 순환출자 구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금융 계열사의 비금융 계열 지배를 금지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라 삼성카드는 내년 4월까지 보유하고 있던 삼성에버랜드 지분 5% 이상을 매각해야 했다. 삼성카드는 그간 매각 대상을 물색해 왔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지분 매각을 통해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의 단선형 지배구조를 어느 정도 갖춰졌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삼성그룹의 경영권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의 삼성비자금 폭로 이후 이 회장의 차명주식이 실명으로 전환되면서 삼성생명(032830)의 최대주주가 삼성에버랜드(19.34%)에서 이 회장(20.76%)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삼성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005930)의 지분 7.21%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삼성 측이 "금산법에 따라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지분이 KCC로 넘어간 것일 뿐 삼성의 경영권에는 별로 영향이 없다"고 강조한 배경이다.

하지만 KCC가 삼성의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삼성에버랜드의 2대 주주가 됐다는 점에서 삼성과 KCC 간의 모종의 전략적 합의가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폐쇄적인 구조의 삼성이 KCC에 이사선임 등 경영 참여 요구를 인정했다는 것은 삼성과의 전략적 우호관계, 즉 백기사 역할을 인정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KCC도 삼성에버랜드 지분 확보를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KCC는 삼성에버랜드 지분 확보를 위해 최근 현대자동차 주식 111만주를, 지난 7월에는 만도의 지분 전량을 처분해 8700억원이 넘는 '실탄'을 확보해 놓았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KCC가 에버랜드의 2대 주주로 된 만큼 투자 목적 이외에도 장기적으로 삼성과 다양한 사업적인 협력 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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