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수송관으로 가스를 공급받는 유럽에 에너지 대란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유럽은 소비 가스의 39%를 러시아에서 공급받고 있다. 이 중 일부가 우크라이나를 경유해 폴란드와 슬로바키아, 헝가리, 루마니아로 이어지는 가스관으로 수송된다.
러시아는 16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이 중재한 러시아-우크라이나-EU 3자 협상이 최종 결렬된 뒤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공급을 선불제로 바꾸는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곧이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공급을 중단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이번 조치가 표면적으로는 대금 체불이지만 크림 병합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러, ‘대금 체불’·크림 사태 압박’ 카드로 활용
우크라이나에 가스를 공급하는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 오전 10시부터 선불 공급제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가스프롬은 “선불제 시행 결정이 (우크라이나 가스수입업체) ‘나프토가스 우크라이나’의 만성적인 가스대금 체불 때문에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가스프롬은 “우크라이나의 체불 대금이 지난해 11~12월분 14억5000만 달러, 올해 4~5월분 30억 달러 등 44억5000만달러(약 4조6000억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알렉세이 밀레르 가스프롬 사장은 “이제 러시아-우크라이나-EU 3자협상이 열리더라도 협상 대상은 선불 공급제 도입 여부가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체불 가스대금 지불 문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우크라이나-EU 3자 대표단은 이날 새벽까지 우크라이나 가스대금 체불과 가스 공급가격과 관련해 9번째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가스프롬은 선불제 도입에 이어 곧바로 가스 공급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 중단 조치로 EU 에너지 대란 ‘불보듯’
이날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가스분쟁으로 올겨울 EU 국가의 가스 공급에 빨간불이 커졌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러시아-우크라이나-EU가 3자협상을 재개해 극적 타협안을 도출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가스 분쟁은 협상을 통해 해결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중재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또 슬로바키아가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천연가스를 우크라이나로 역수출하는 양을 연간 80억㎥으로 크게 늘려 우크라이나의 에너지난 극복을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크림 병합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지난 4월부터 가스 공급가를 80% 이상 인상했다. 그전까지 1000큐빅미터(㎥)당 268달러였던 가스가격이 485로 급등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가스 가격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고 2009년 체결된 불합리한 장기 가스공급계약을 갱신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가스 대금 지급을 미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