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우리도 美결정 따라야"…우크라 긴장 고조에 유가 급등

러 “美, 불에 기름 부어” vs 美 “北끌어들여 갈등 확대”
프랑스·폴란드 등 EU서 "美에 동참해야" 촉구 목소리↑
러, 제3차 세계대전 경고…對우크라 공세도 강화
우크라 러 석유 인프라 타격 가능성…유가 3% 이상↑
  • 등록 2024-11-19 오전 10:23:22

    수정 2024-11-19 오전 10:23:22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자국산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이 지역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유럽에선 미국의 결정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러시아는 제3차 세계대전 발발 가능성을 경고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내 석유 인프라를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도 급등했다.

미국 육군이 전술 미사일 시스템 에이태큼스(ATACMS)의 실사격을 테스트하는 장면. (사진=AFP)


러 “美, 불에 기름 부어” vs 美 “北끌어들여 갈등 확대”

1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내부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한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불길에 기름을 부어 불을 지피고, 이(우크라이나) 갈등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전날 주요 외신들이 미 정부 관리들을 인용, 러시아가 북한을 전쟁에 끌어들인 데 따른 조처로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미국산 ‘에이태큼스’(ATACMS)를 이용해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보도한 데 따른 성명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공격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미사일이 스스로 말할 것”이라며 관련 사실을 사실상 확인,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솟았다.

에이태큼스는 록히드 마틴이 개발한 사거리 약 300km의 지대지 미사일로, 하늘에서 비처럼 파편이 쏟아져 ‘강철비’(steel rain)라고도 불린다. 미국은 그동안 확전을 우려해 에이태큼스로 타격할 수 있는 범위를 제한해 왔다. 우크라이나가 공격을 받아도 러시아 국경 너머의 비행장, 탄약고, 지휘소 등에는 미사일 발사를 허가하지 않았다.

미국이 새롭게 설정한 타격 범위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북한군이 배치된 쿠르스크 지역이 첫 타깃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미 전쟁연구소는 17개 공군 기지를 포함해 약 250개의 러시아 내 군사 목표물이 에이태큼스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간다고 추정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쿠르스크 지역에서 러시아의 전투 작전에 참여하고 있는 북한군이 1만 1000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주 보고된 1만명보다 늘어난 수치다.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갈등을 계속해서 확대시키고 있는 것은 러시아”라고 꼬집었다.

프랑스·폴란드 등 EU서 “美에 동참해야” 촉구 목소리↑

미국과 함께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입장 변화에 긍정적인 뜻을 내비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우크라이나가 우리가 지원한 무기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며 EU도 미국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 스칼프(SCALP)를 제공한 프랑스의 장노엘 바로 외무장관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고 있는 곳을 타격하는 용도라면 고려할 수 있는 옵션”이라며 거들었다. BBC방송은 영국과 프랑스가 미국을 뒤쫓아 비슷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봤다.

우크라이나 접경 국가인 폴란드의 안제이 두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장거리 미사일 지원 결정을 연합국들과 함께 환영한다”며 “현명한 결정”이라며 지지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러시아에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사거리가 500km가 넘는 장거리 순항미사일 ‘타우러스’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다만 독일 국방부는 인공지능(AI) 유도 무인기(드론) 4000대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외신들은 독일이 공급하게 될 드론은 전선이 어디냐에 따라 러시아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짚었다.

(왼쪽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러, 3차 대전 경고·공세 강화…러 석유시설 피해 가능성에 유가↑

러시아는 제3차 세계대전 발발 가능성을 경고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지원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것은 ‘레드 라인’을 넘는 행위, 즉 “직접적인 참전”이라며 “갈등의 본질을 크게 바꿀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페스코프 대변인도 이날 미국의 결정은 “서방 국가들이 분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소속 국가들과 러시아가 전쟁을 벌이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돌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의 블라디미르 자바로프 의원이 전날 “제3차 세계대전 시작을 향한 매우 큰 발걸음”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마리아 부티나 의원도 이날 “미국의 결정으로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위험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도 강화했다. 러시아는 이날 클러스터 탄도미사일로 우크라이나 북부 수미의 주거 지역을 공격해 11명이 사망하고 84명이 부상을 입었다.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도 이틀 연속 폭격을 가해 10명이 목숨을 잃고 44명이 다쳤다.

한편 우크라이나가 에이태큼스를 이용해 러시아 내 석유 인프라를 타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12월 인도분은 전거래일보다 3.19% 오른 배럴당 69.1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월 인도분 가격도 3.18% 상승한 배럴당 73.30달러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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