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포요청문에 ‘당대표’ 한글자도 없는 까닭은?

한동훈, 국회체포동의안 표결 앞두고 동의요청 발표
5900자 분량 발표문에 ‘이재명 대표’ 명칭 일절없어
‘야당탄압’ 논란 대응조치…韓 “성남시장 비리 수사”
  • 등록 2023-02-28 오후 2:02:51

    수정 2023-02-28 오후 2:02:51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요청 이유를 직접 설명한 가운데, ‘당대표’라는 명칭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아 그 까닭을 놓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한 장관은 지난 27일 국회에서 약 5900자 분량의 이 대표 체포동의요청 발표문을 낭독했다. 발표 시간은 약 15분이 소요됐고 이는 노웅래 민주당 의원 체포동의요청 발표 5분 30초를 경신한 역대 최장기록이다.

그런데 발표문엔 ‘더불어민주당 대표’ ‘당대표’라는 명칭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고, 혐의 설명 과정에서 오로지 ‘이재명 시장’이라는 명칭만 사용됐다. 고위인사를 지칭할 땐 통상적으로 현재 직책이나 최고 직책을 사용하는 점에 비추면 이례적이다.

이는 야권이 검찰 수사를 ‘정치보복’ ‘야당탄압’이라고 맹비판한 것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제1야당 대표 구속 시도는 헌정사상 최초로, 자칫 정권이 야당을 탄압하는 시도로 비춰질 소지가 있다. 검찰로서도 여론의 우려와 반발이 확산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한 장관은 체포동의요청 발표 마지막에 이르러 “제가 지금까지 설명해 드린 어디에도 ‘민주당 대표 이재명’의 범죄혐의는 없다”며 “오직 ‘성남시장 이재명’의 지역토착비리 범죄혐의만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당수인 이 대표를 수사해 민주당을 압박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선 그은 것이다.

마찬가지로 검찰도 이 대표 의혹 수사에 대해 ‘통상적인 지역 토착비리 수사’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최근 기자들을 만나 “이 대표가 기초자치단체장인 시절 이뤄졌던 각종 비리를 수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라며 “야당 대표의 정치적 활동을 수사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대표 구속 시도가 무산된 검찰은 조만간 대장동·성남FC 의혹 수사를 마무리 짓고 이 대표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또 다른 핵심 의혹인 ‘백현동 개발 비리’, ‘쌍방울 유착’ 의혹 수사는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고 있다.

법조계는 검찰이 이들 혐의로 이 대표 추가소환 및 구속영장 재청구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도 이 대표 측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검찰은 이 대표의 현 신분과 과거의 범죄혐의를 분리해 맞대응하는 전략을 이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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