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명단 공개…이재명 “이게 패륜인가”, 與 “패륜 맞다”

李가 띄운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공개` 논란
李 "유족이 원하는 방식으로 애도하는 것이 패륜인가"
與 "정치에 이용 뻔해…희생자 이름 더럽히지 말라"
이정미 "정치권 왈가왈부할 사안 아냐"
조정훈 "미친 생각, 불편하고 경악"
  • 등록 2022-11-11 오후 2:12:28

    수정 2022-11-11 오후 2:12:28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후 이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이 대표는 이 같은 비판에 “이것이 패륜이냐”며 목소리를 높였고, 국민의힘 측에선 “희생자를 정쟁의 도구로 삼으려는 민주당의 잔인함이 경악스럽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역 인근에서 열린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검 추진 범국민 서명운동 발대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李가 띄운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공개’ 논란

이 대표는 지난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의) 이름과 영정을 당연히 공개해야 한다”며 “세상 어떤 참사에 이름도 얼굴도 없는 곳에 온 국민이 분향을 하고 애도를 하겠나. 숨기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숨긴다고 없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를 위한 공간에 희생자들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에선 “희생자들의 인권을 침해해서라도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피해 가려는 패륜적 정치기획”이라며 이 대표와 민주당이 선동정치를 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비판이 쏟아지자 이 대표는 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참다 못해 한마디 한다. 유족이 원하는 방식으로 애도하는 것이 패륜인가. 고인의 영장 앞에 그의 이름을 불러드리는 것이 패륜이냐”며 “정쟁에만 매몰되면 상식적인 사고가 되지 않는다. 국면전환을 위해 애쓰는 것 같은데 제발 다른 것 신경쓰지 말자”로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도 즉각 “희생자와 유족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라”고 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국민의 시선으로는 일부 유족을 회유하여 민주당이 원하는 방식으로 정치에 이용하려 하는 것이 뻔한데, 이런 민주당의 행태가 바로 패륜”이라며 “희생자의 사진과 명단을 공개하자는 것이 과연 모든 유족의 바람이고, 제1야당 대표의 주장인지 귀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이 대표야말로 참사 앞에서도 이러면 도대체 어떡하는가. 사법리스크 방탄을 위해 애쓰는 것 같은데, 국민 죽음 앞에서 개인 욕심 차리지 말라”고 되받아쳤다.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은 추모객이 헌화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이정미 “정치권 왈가왈부할 사안 아냐”, 조정훈 “미친 생각, 불편하고 경악”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정의당을 비롯한 다른 소수 정당도 희생자 명단 공개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지난 한 열흘 동안 유족들이 피해 사실을 받아들이기도 굉장히 어려운 과정이었고, 또 지금 장례를 치르시느라고 정신이 없는 상황이지 않느냐”며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하는 입장이 나와도 그건 유족들 입장에서 나와야 하는 것이다. 정치권이 먼저 이것을 왈가왈부하면서 이 상황에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은 태도”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유족들이 요구하거나 희생자에 대한 신원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 불가피하게 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미 유족들이 희생자를 다 확인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유족들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전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도 “희생자 명단과 사진을 공개하자는 건 ‘미친 생각’이라고 본다. 이건 가능하지 않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며 “이걸 공개해서 어떤 실익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대장동 의혹 수사가 속도를 내니 이슈를 이슈로 덮든다는 차원에서 참사 이슈를 끌어가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조 대표는 또 “이 부분은 불편하다. 너무 경악을 했다. 정말 희생자를 생각한다면 어떻게 이런 시도를 할 수 있느냐”며 “자기 자녀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라는 정치권의 압박, 무서울 것 같다. 이런 생각은 절대 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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