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물류 수송 차질과 그에 따른 2차 피해로 인한 산업계의 손실액도 눈덩이만큼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에 따른 경제적 손실 규모가 1조원에 이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연말연시 연휴와 설 명절에 철도를 이용하는 국민의 불편도 현실화되고 있다.
시멘트업계만 120억원 피해… 전체 1조원 손실 추산
철도 파업 사태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곳은 철도에 대한 의존율이 높은 시멘트 업계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까지 집계된 시멘트 제조업체들의 피해액은 120억원에 이른다. 시멘트 생산 및 출하 차질이 15만5000t, 육로 대체수송을 한 물량이 13만7000t이다. 파업 시작 이후 지난 23일까지 시멘트 철도 수송(42만7000t)은 평상시의 20% 수준으로 급감했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육로 운송비용은 철도보다 t당 4000원가량 비싼 데다 운송 트럭마저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파업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시멘트 공급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파업의 당사자인 코레일 역시 손실 규모가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지난 24일까지 화물열차 운행 감축으로 인한 손실액만 64억원이다. 코레일이 추산하는 1일 평균 화물 운임 손실액은 4억원으로 그동안 2500회 이상 화물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운행률이 70%대로 급감한 여객열차 운임 손실액까지 포함하면 손실액이 200억원을 넘어선다.
여객열차 운행률 ‘뚝’… 명절 철도 대란 우려
철도를 이용하는 국민들의 불편도 가중되고 있다. 연말연시는 철도여객 수송이 몰리는 ‘대수송 기간’이지만 여객열차 운행률은 평상시의 70%대 수준에 그치고 있다. 26일 오전 6시 기준 평시 대비 수도권 전철은 89.4%, KTX는 77.8%, 여객열차는 58.3%가 운행 중이다.
특히 코레일은 대체 인력 부족으로 다음 주부터 추가 감축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국민 불편은 가중될 전망이다. 코레일은 이날 대체 인력으로 철도 기관사·승무원 660명에 대한 채용 계획을 공고했지만 이들이 현장에 투입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한달 앞으로 다가온 설 명절 열차 수송이다. 코레일은 철도 파업으로 인해 설 명절 승차권 예매는 물론 열차 증편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내년 1월 7~10일을 설 연휴 철도 승차권 예매일로 잠정 결정했지만 파업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철도 파업이 올해를 넘길 경우 설 연휴 철도 예매 일정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파업 사태 실타래 풀릴까
노사가 오는 28일까지 의미있는 진전이 없다면 이번 철도 파업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8일은 민주노총이 총파업 돌입을 선언한 날이다. 철도 파업에 민주노총을 포함한 노동계까지 결집하면 대정부 투쟁으로 성격이 바뀌게 된다. 이렇게 되면 철도 파업사태가 해를 넘길 수 있다.
다만 최연혜 코레일 사장과 경찰의 검거 작전을 피해 조계사에 은신 중인 박태만 철도노조 부위원장이 26일 만남을 통해 노사 실무 협상을 재개키로 함에 따라 극적 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조계사를 비롯한 종교계도 나서 대화를 촉구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강경 대응 기조만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은 “민주노총 총파업 이후에는 코레일 노사 양측이 대화 테이블에 나서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정부와 코레일, 철도노조 모두 대화 채널을 가동하는 등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