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 집단(상호출자 제한 기업 집단)’에 두나무가 포함됐다. 공정위는 매년 5월 자산 5조원 이상인 ‘공시 대상 기업집단’을 지정해 규제 의무를 부과한다. 이중 10조원 이상인 곳은 상호출자 제한 기업 집단으로 분류돼 계열사 간 출자, 채무보증 등에도 규제가 강화된다.
공정위의 올해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에는 두나무·중흥건설·에이치엠엠·태영·오씨아이·세아·한국타이어·이랜드 등 8개사가 새로 포함되고, 한국투자금융이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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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됐던 고객 예치금 자산 포함
지난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에 오른 신생 기업인 두나무는 단숨에 ‘재벌’ 대열에 끼게 됐다. 송치형 의장은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눈에 띄는 점은 자산이 10조원을 넘어 처음부터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으로 곧바로 지정됐다는 것이다.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논란이 됐던 고객 예치금을 제외하더라도 이미 (자산 총액이) 5조원을 넘어 공시 대상 기업집단 지정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전문가 집단과 면밀히 검토한 결과 고객 예치금은 자산으로 편입하는 게 맞다는 판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고객 예치금이 두나무의 통제하에 있고 여기서 나오는 경제적 효익을 두나무가 얻고 있기 때문에 자산으로 편입해야 한다는 것이 한국뿐 아니라 국제 회계 기준”이라고 했다.
“대기업집단 될라” 업계 긴장…일각선 “과잉 반응”
두나무의 대기업집단 지정에 빗썸 등 다른 가상자산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고객 예치금을 자산으로 판정했다는 점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과 현재의 가상자산 거래 증가 속도라면 빗썸 등 다른 곳들도 조만간 자산 5조원이 넘을 것이 유력하다.
이렇게 되면 성장하는 가상자산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두나무만 해도 전체 직원이 370명(작년 12월 기준)밖에 안 되는데 벌써 대기업으로 간주돼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카카오 등에 준하는 규제를 받게 됐다는 것이다.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은 “코인베이스 등 외국 거래소들과 비교해 운신의 폭이 좁아져 사업 확장에 제약이 있을까 염려된다”며 “금융 회사 같은 대우를 받으려면 업권법 등 관계 법령이 조속히 정비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과잉 반응’이라는 지적도 있다. 공정위는 “(두나무가)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되더라도 채무 보증이나 순환 출자가 없어 현재로선 사업 운영에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을 공정위에 표명했다”고 했다.
두나무가 이제 웬만한 대기업 못지않은 덩치를 지니게 된 만큼 공정 거래 규제 등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두나무 측은 “두나무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동시에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