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코스 계단도 척척` 4족보행 로봇 스팟‥"이놈 물건이네"

현대차그룹, 지난 16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서 시연회
자동차 피해 걷기·계단 오르내리기 `척척 수행`
해외서 코로나19 의료 현장 투입 등 활용 무궁무진
  • 등록 2020-12-18 오후 3:10:00

    수정 2020-12-18 오후 3:55:37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계단 길도 문제없다.”

지난 16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이 계단을 오르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그룹 제공)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고양에 위치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인수한 로봇 개발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전면에 카메라를 탑재한 네모난 박스, 4개의 다리, 특히 걸을 때 앞다리와 뒷다리가 서로 엇갈리며 걸어가는 모습은 영락없는 ‘로봇 강아지’였다.

이날 공개된 두 개의 스팟은 연세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SCSI팀이 공사현장 ‘3D 맵핑’을 연구하기 위해 사용된 개체다. 스팟은 마치 조이스틱과도 같은 콘트롤러에 의해 조종되면서 작업을 수행하는데, 이날도 SCSI팀 소속 두 명의 연구원이 스팟을 조종하며 다양한 모습을 선사했다.

스팟의 가장 큰 특징은 총 8개의 카메라를 통해 주위 환경과 사물을 인식한 뒤 적절한 행동을 취한다는 것이다. 이날 첫 번째 시연은 십 여대의 차량이 전시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 1층에서 전시차들을 피해 걷는 것이었다. 시연 도중 콘트롤러가 스팟을 G70과 부딪히게 하기 위해 전진 명령을 계속 내렸지만, G70 앞까지 다가간 스팟은 충돌을 우려해 계속된 전진 명령에도 제자리걸음만을 보여주는 영리함을 선보였다. 명령이 지속되자 스팟은 공간을 찾은 뒤 게처럼 옆으로 걸어 G70을 통과하는 영특함도 보였다.

지난 16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 (사진=현대자동차 그룹 제공)


그 다음 코스는 계단 오르기였다. 계단은 로봇에게 있어 난코스와 다름없다. 일반적인 로봇들은 사전에 입력된 정보를 통해 움직이는데 마찬가지로 계단을 오르기 위해서는 계단의 폭과 높이를 계산해 로봇의 적절한 보폭을 설정해야 한다. 문제는 모든 건물의 계단이 똑같은 크기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로봇이 계단이 있는 건물에 활용되기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스팟은 달랐다. 총 8개의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계단의 위치, 폭, 넓이 등을 계산해 최적의 보폭을 결정한다. 이날 계단 오르내리기 시연에서도 스팟은 자연스럽고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오르고 내렸다. 무엇보다 이날 시연된 계단은 중간에 평지가 있었는데도, 스팟은 평지를 걸을 때 보폭과 계단을 걸을 때 보폭을 다르게 하면서 부자연스럽지 않게 걷는 모습을 보였다.

이외에도 스팟은 네 개의 다리에 각각 모터를 달고 있어 관절이 자유자제로 움직여 다양한 이점이 있다. 앉았다 일어나거나, 대각선으로 자유자제로 움직이는 등 다양한 동작이 가능해 활용처가 많을 전망이다. 이미 미국에서 판매 중인 스팟은 코로나19 의료 현장에서 환자를 선별하는 업무를 수행 중이고, 싱가포르 한 공원에서는 사회적 거리를 장려하며 공원 순찰을 도는 데 활용되고 있다. 또한 스팟은 고객의 원하는 요구에 맞게 ‘커스터마이징’(주문제작)이 가능하다. 실제 연세대 SCSI팀은 보스턴 다이나믹스에 ‘3D 맵핑’에 필요한 장치를 커스터마이징해 국내에 들여온 상태다.

이날 시연회에서 설명을 담당한 문학범 현대자동차(005380) 매니저는 “스팟은 문제가 생겨 쓰러진다고 해도 즉시 일어나는 등 고도의 로봇기술 집약체”라며 “국내에는 아직 많은 수가 보급되지 않아 부득이하게 연세대 연구원들의 도움을 받아 시연할 수 있게 됐지만, 현대차자 조만간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을 들여와 연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 (사진=현대자동차 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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