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선 트러스톤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4일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시장을 이처럼 진단했다. 눈여겨볼 업종이나 섹터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반도체, 소프트웨어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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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병목 현상도 예상 보다 길어지고 있다. 전세계가 얽힌 밸류체인에서 신흥국에 위치한 생산기지가 백신 공급 문제 등으로 제 역할을 못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CIO는 이전과 같은 수준의 경제 활동을 재개는 내년에 가능할 것으로 봤다. 코로나19 이전을 뛰어넘는 올해 역대급 실적으로 내년에는 ‘기고효과’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눈높이를 낮춰야 하는 시점이다.
이 CIO는 “테이퍼링과 이익모멘텀 둔화, 저성장·고물가(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면서 “경제 활동 재개가 본격적으로 확인된다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SG 변화 가능 기업 주목, G에 중점”
이 CIO는 “ESG 등급이나 점수가 이미 우수한 기업 보다는 변화가 생기거나 좋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에 투자 기회가 있다”면서 “한국이 글로벌 대비 지배구조(G)가 약하기 때문에 주주친화정책, 비상장 자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등만 개선해도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어 ‘지배구조’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는 단기적으로 디램 가격 하락과 공급 병목 현상으로 공급에 어려움이 있으나, 거의 모든 산업에서 반도체는 필수이기 때문에 코로나19 진정과 함께 내년께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소프트웨어는 밸류체인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이점이었다.
최근 글로벌 리스크로 부각된 빅테크 규제는 성장에 따르는 마찰 과정으로 판단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효율성 관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 CIO는 “독과점 법에 의하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는 것이 규제의 대상이지만, 요즘 플랫폼 기업은 오히려 중간 단계를 생략해 효율성을 높여줘 시장에서 인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정부 주도로 규제가 이뤄지는 중국은 한국이나 미국의 규제와는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독립계 운용사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국내 액티브 펀드 강자로 유명하다. 향후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진출도 예고했다. ETF 시장은 빠르게 성장해 어느새 상장 ETF 500여개, 순자산 60조원 시대를 열었다.
이 CIO는 “최근 주를 이루는 테마형 ETF 보다는 비정형 고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ETF를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이달 1일 13년 만에 CIO를 교체했다. 그동안 CIO와 최고경영자(CEO)를 겸직한 황성택 사장이 CIO 자리에서 물러나고 리서치센터장인 이원선 전무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대우경제연구소 출신이자 국내 퀀트 애널리스트 1세대로 불리는 이 CIO는 토러스증권 재직 당시 국내 첫 여성 리서치센터장 기록을 세웠고 2014년부터 트러스톤운용 리서치센터를 이끌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