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곧 새로운 에너지로 달리는 이 놀라운 이동수단이 거리에 가득해질 겁니다. 새로운 시대는 늘 그렇게 한 순간에 찾아오니까요.”
현대자동차(005380)가 출시한 친환경 전용차 아이오닉의 TV 광고 속 멘트다. 현대차가 내놓은 순수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지난 6월 말 공식 출고 후 약 두 달여 만에 누적 판매량이 1000대를 돌파했다. 국내 전기차 중 가장 빠른 시간 안에 1000대 고지를 넘었다.
국내 친환경 차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축배를 들긴 이르다. 신차효과로 반짝 주목을 받은 건지, 지속적으로 판매를 이어갈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초 가장 먼저 나온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모델이 그랬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2월과 3월에 모두 월 1000여 대가 팔리며 인기를 끄는가 했지만 4월 700여 대로 줄어들더니 지난달에는 판매량이 397대에 그쳤다.
기아차(000270)의 첫 번째 친환경 전용차인 니로도 마찬가지다. 출시 후 4월부터 2000~3000대씩 꾸준히 팔리다 지난달 1135대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자동차는 지속적으로 팔리는 게 중요한데 국내 친환경 차 시장은 여전히 한계가 있어 보인다. 취약한 전기차 인프라가 가장 큰 문제다. 거기다 전기차의 경쟁력인 주행거리가 뒤처진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한번 충전하면 191km를 달릴 수 있다. 국내에 출시한 전기차 중에서는 주행거리가 가장 길다. 그러나 경쟁사들의 전략 모델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중국 BYD 전기차 e6는 1회 충전에 400㎞를 달릴 수 있다. 테슬라는 지난달 주행거리를 507㎞까지 늘린 모델 S ‘P100D’를 선보였고, 폭스바겐은 다음 달 열리는 파리모터쇼에서 600㎞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를 공개한다. 현대차는 2018년 양산을 목표로 1회 충전 시 320km를 달리는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 시대에 뒤처지는 목표를 제시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전기차 돌풍을 일으킨 테슬라가 국내 상륙을 준비 중이다. 현대차의 말처럼 전기차 시대는 한순간에 다가오고 있다. 경쟁력 있는 차량 개발과 인프라 구축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