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중인 '대장동 일당', 왜 풀려나는 건가요?[궁즉답]

심급별 구속 6개월 제한…기간 지나면 '구속취소'
檢, 쪼개기 기소로 한 차례 추가 구속…1년 수감
법원도 '1년 수감' 용인 부지수…추가연장은 불허
대장동 사건내용 방대·복잡해 빠른 심리 불가능
  • 등록 2022-11-21 오후 2:23:46

    수정 2022-11-21 오후 2: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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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왼쪽)과 남욱 변호사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Q.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유동규, 남욱, 김만배가 석방됐거나 석방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직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들이 왜 풀려나는 건가요?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대장동 일당’이라 칭했던 인사들이 줄줄이 석방되고 있습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달 20일 가장 먼저 나온 데 이어 21일 남욱 변호사가 밖으로 나왔고, 24일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씨도 석방됩니다.

유 전 본부장이 석방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및 그 측근들에 대한 의혹을 거침없이 폭로함에 따라 이들의 석방은 정치적 파급력까지 갖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대표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구속에도 결국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의 입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아직 1심 재판을 한창 받고 있는 이들 3명이 풀려난 이유는 뭘까요?

헌법은 12조에서 ‘신체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구속의 경우 법률에 근거가 있을 때만 가능하며, 적법 절차에 따라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형사소송법은 구속에 관한 자세한 규정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구속사유로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도망 염려가 있을 경우에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구속사유 심사 시엔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수사단계 최장 30일·재판단계 심급별 최대 6개월 한정

구속기간도 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수사단계에선 최장 30일까지 구속이 가능합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선 최장 10일, 검찰 수사단계에선 최장 20일까지만 구속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구속된 피의자의 경우 대략적인 검찰 송치 일자나 법원 기소 일자 예측이 가능합니다.

재판에 넘겨진 경우엔 심급별로 최장 6개월의 구속영장 발부가 가능합니다. 6개월이 끝난 경우엔 더 이상의 구속은 불가능합니다. 구속기간이 끝나면 구속취소가 돼 석방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법원은 통상 구속사건의 경우 6개월 이내에 심급별 재판을 끝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모든 구속사건이 6개월 내에 마무리되지는 않습니다. 시대적 변화로 사건이 금융범죄 등으로 점점 복잡해지며 검찰이 제출하는 사건기록의 양은 예전에 비해 훨씬 방대해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법원이 심리해야 할 사건 내용이 많아지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불구속 재판을 받고자 하는 피고인들의 재판 지연 전략도 6개월 내 마무리를 어렵게 하는 요소로 꼽힙니다. 법원 입장에선 물리적으로 6개월 내에 심리를 마치기 어려운 사건이 늘어나는 추세인 것입니다.

유 전 본부장 등 3명은 지난해 10~11월 나란히 처음 기소됐습니다. 구속기간 6개월을 적용할 경우 이들은 올해 4~5월 구속만기로 석방돼야 합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을 다른 혐의로 또다시 기소했고, 그 기소 건으로 추가 구속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습니다. 구속만기 후 곧장 재수감이 된 것입니다.

‘재판단계 구속기간 늘리자’ 요구도…현실적으로 어려워

검찰은 최근 몇 년 사이 구속기간 제한을 피하고자 ‘쪼개기 기소’를 전략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사안을 여러 차례에 걸쳐 나눠 기소하는 것입니다. 개별 기소마다 심급별 6개월 구속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하는 겁니다.

수사단계에서의 구속기간 제한 등으로 쪼개기 기소가 일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검찰 입장에선 재판 단계에서 구속기간을 늘릴 수 있는 묘수인 것은 분명합니다. 법원 역시 통상적으로 한 차례 정도는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해주는 게 보통입니다.

쪼개기 기소로 유 전 본부장 등을 1심 단계에서 1년 동안 구속했던 검찰은 올해 10~11월 이들의 두 번째 구속만기를 앞두고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희망했습니다. 유 전 본부장에 대해선 의견서 형태로, 남 변호사와 김씨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추가 구속영장 신청을 했으나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구속기간 6개월 제한’에 대해 법조계 내부에선 오래전부터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 왔습니다. 미국이나 일본 등 다수 국가에서 재판 단계에서의 구속기간 제한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곤 합니다. 하지만 보석제도가 활성화돼 있는 미국 등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수사기관 등에 의해 자행됐던 불법구금 등의 어두운 과거가 있는 점도 고려될 요소입니다. 이 때문에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부터 규정돼 있던 ‘구속기간 6개월 제한’ 개편이 쉽게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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