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주 김기덕 기자] 국회에서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하영제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두고 고민에 빠져서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을 이끈 ‘친명계’(친이재명계) 의원들은 어떤 선택을 해도 정치적인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의 부결을 의결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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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22일 하영제 의원에 대한 정치자금법위반, 청탁금지법위반 혐의와 관련해 창원지방법원 판사의 체포동의 요구에 따라 국회에 체포동의 요청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체포동의안 보고 및 표결 절차에 따르면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이에 대한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하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제게 온정을 베풀어주시면 그 은혜가 바다와 같겠다’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통해 부결시켜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중론은 일치감치 ‘가결’로 모아지는 모양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전날 “우리는 여러 차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이야기했고, 당론까지 정하진 않겠지만 사실상 당론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 바 있고, 국민의힘 소속 몇 의원은 지난 17일 헌법 44조에 명시된 불체포특권을 포기한다는 서약서를 당대표실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으로 이에 참여하는 여당 의원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정의당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가 이미 당론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하 의원의 체포동의안 가부(可否)의 키를 쥔 169석의 민주당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본회의에 상정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부결됐다. 무기명 투표지만 앞서 지난해 말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이어 민주당 의원들 상당수가 모두 반대에 표를 던졌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특히 이 대표 표결 당시 ‘구속 여부는 법원에서 가리면 된다’는 취지로 찬성 또는 기권·무효표를 던졌던 비명계 의원들은 이번에도 같은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크지만, 이와 달리 ‘이재명 지키기’에 나선 친명계의 행방이 주목받는다. 이들이 이 대표 때와 마찬가지로 부결에 표를 던진다면 하 의원의 구속영장 역시 기각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 탓에 이들 친명계 의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친명계가 ‘방탄 국회’를 주도하고 있다는 프레임에 갇힐 수 있고, 여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에만 찬성표를 던질 경우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일종의 ‘외통수’(어떤 수를 써도 패배를 피할 수 없는 수)에 걸려든 셈이다.
이를 의식한 듯 친명계 의원들은 이와 관련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 표결 당시 ‘부결’ 목소리를 높였던 진성준 의원은 “사안의 성격을 보고 의원들 각자 판단해 투표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이에 대해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친명계 의원들이 대외적으론 신중론을 펼진 몰라도, 당연히 찬성표를 던지지 않겠느냐”며 “판단 기준이 다르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