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하지 마세요, 현재 속도면 교차로 통과합니다"…똑똑해진 도로

KT, 울산 차세대 지능형 교통체계 구축
화물차·버스 등 2700대에 C-ITS 서비스
울산시청 앞 '스마트 횡단보도'…"못 건넌 사람 있으면 신호 연장"
교통 사고 46% 감소 기대
  • 등록 2022-05-11 오후 3:07:18

    수정 2022-05-11 오후 9:13:29

[울산=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교차로에 진입하려는 운전자에게 신호 잔여 시간과 함께 ‘시속 50㎞를 유지하면 교차로를 통과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신호가 바뀌기 전 교차로를 급하게 통과하려고 과속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주행 신호임에도 횡단보도에 사람이 있거나, 비상등을 켜고 서 있는 차량이 있어도 경고음을 보냈다.

11일 울산광역시에서 차세대 지능형 교통체계(C-ITS) 시연 버스를 50여 분간 타면서 겪은 일이다. KT는 실증사업을 통해 지난달 울산에 인공지능(AI) 등으로 교통을 제어하는 C-ITS 구축을 마쳤다. 화물차 1500대, 버스 900대, 택시 200대 등에 28개의 C-ITS 서비스를 받기 위한 통합 단말기가 설치됐다.

울산교통관리센터에 만난 최강림 KT AI·모빌리티사업단장(상무)은 “관광 도시 제주에서 렌터카 중심의 C-ITS를 구축했다면, 산업 도시 울산에서는 화물차 중심의 특화 서비스 개발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앞서 KT는 지난 2020년 제주에서 C-ITS 실증 사업을 수행한 바 있다.

최강림 KT AI·모빌리티사업단장 (사진=KT)


노약자 횡단보도 다 못 건너면 6초 자동 연장

C-ITS의 현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이날 탑승한 시연 버스에서는 9개의 서비스를 경험해볼 수 있었다. 승객을 태운 버스가 급브레이크를 밟을 일이 줄도록 신호 잔여 시간을 알려주거나, 55미터 앞에 보행자가 지나가니 주의하라고 알려주는 식이다. 교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하는 차량을 미리 파악해 충돌도 방지한다. 도로 작업 등 공사 현장이나 내리막길 등 위험 구간도 알려줬다. 현재 운행되고 있는 화물차와 버스는 몇 대인지 등 2700대의 차량 운행 정보는 관리센터에서 실시간으로 추적됐다.

편도 14㎞의 자율주행 구간에 들어서니 급감속이 일어나는 등 거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위험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앞차가 급정지하자 속도를 줄이며 간격을 조정했고, 자연스럽게 차선을 변경했다. 이날 탑승한 차량은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국토교통부로부터 고속 자율주행 임시 면허를 받은 차였다. 최대 시속 80㎞까지 주행 가능하다.

이날 코스에는 없었지만, 이번 사업으로 울산시청 앞에는 ‘스마트 횡단보도’가 만들어졌다. 운전자에게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달리 보행자 유무를 알려주는 것을 넘어 노약자나 휠체어를 탄 장애인 등 교통 약자가 초록불에 횡단보도를 다 건너지 못했다면 시간을 6초 정도 자동 연장해준다.

울산교통관리센터 모습


교통 사고 46% 감소 기대

KT는 이 사업으로 교통 사고 46% 감소 등의 효과를 기대했다. 최 상무는 “평균 통행 속도 30% 증가, 교통 사고 46% 감소, 교통 혼잡 비용 28% 감소 등의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이번 C-ITS 사업을 바탕으로 울산은 물론 다른 지자체로도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C-ITS 사업은 신기술 적용 등으로 사실상 대기업 참여 제한이 없다. KT는 제주·울산 C-ITS 사업 외에도 광양, 성남, 대전, 부천, 안양 등 5곳에 ITS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수주 금액만 1200억원이 넘는다.

KT가 내세우는 솔루션은 AI 기반 영상 분석 솔루션(로드 아이즈), AI 신호 최적화 솔루션 등이다. 박성균 KT엔터프라이즈 스마트모빌리티TF PM은 “울산에서 확장 사업이 나오면 참여할 계획”이라며 “2024년에는 타 지자체에서도 관련 사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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