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우리 군이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대응한 원점 타격 실사격 훈련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오발’ 사고가 발생했다. 한미 연합 전력의 대응 능력을 과시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빛이 바랜 모양새다.
이날 새벽 군 당국은 강원도 강릉 모처에서 전날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대응해 동해상으로 한미 지대지미사일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에서 당초 우리 군은 현무-2 탄도미사일과 에이태킴스(ATACMS)를 발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무-2 미사일이 발사 직후 비정상적으로 비행하면서 떨어졌다. 이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는데, 탄두는 폭발하지 않고 추진제가 연소하면서 불이 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우리 군과 주한미군은 에이태킴스(ATACMS) 2발씩 만을 동해상 가상 표적을 향해 발사했다. 군 관계자는 “현무 미사일은 발사 직후 기지 내로 떨어졌다”면서 “기지 내 인명 피해나 민간의 피해는 현재까지 없다”고 말했다.
| 5일 새벽 강원도 강릉 모처에서 한미 연합 에이태킴스(ATACMS) 실사격 훈련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합참) |
|
이날 사격에 실패한 현무 미사일은 탄두중량 500㎏, 사거리 800㎞ 이상의 현무-2C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에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발사한 우리 군의 현무-2A 중 한발이 추락한바 있 다. 2A는 탄두중량 1500㎏, 사거리 300㎞급 미사일이다.
군 관계자는 심야에 화재 모습이 일반에 알려졌지만 군이 별도 안내를 하지 않아 혼란스러웠다는 지적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관계기관과 협조해 항행경보를 발령하고 지역 주민들에게도 전파가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온라인 상에서는 화재 영상과 사진이 공유됐고, 이에 따라 비행기 추락설, 북한군 포격설 등 온갖 추측이 이어졌다.
합참은 이번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에 대해 “북한이 어떠한 장소에서 도발하더라도 상시 감시 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도발 원점을 무력화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결과적으로 체면을 구겼다.
한미 연합 공군은 전날에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지역을 가정한 공격 편대군 비행과 제이담 폭탄을 투하하는 정밀 폭격 훈련을 실시했다.
특히 한미 연합훈련을 마치고 한국 해역을 떠났던 미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이 이날 동해 공해상으로 다시 전개했다. 항모강습단의 한반도 재출동은 매우 이례적이다.
| 지난 달 29일 동해상에서 이뤄진 한미 연합 해상훈련에서 미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이 기동하고 있다. (사진=해군) |
|
이번 조치는 한미 정상의 시의적절하고 조율된 미국 전략자산 전개 합의에 따라 전날 북한의 미사일 도발 후 한미 국방장관의 협의로 결정됐다. 합참은 “연이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한미동맹의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북한의 어떠한 도발과 위협에도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한미동맹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이건 항모강습단은 지난달 23일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해 26일부터 나흘간 한미 연합 해상훈련을 벌였다. 10만3000t급의 레이건함은 2003년 취역해 F/A-18 슈퍼호넷 전투기, E-2D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를 비롯한 각종 항공기 약 90대를 탑재하고 승조원 약 5천명이 탑승해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레이건 항모강습단에는 유도미사일순양함 챈슬러스빌함(CG 62·9800t급)과 이지스 구축함 배리함(DDG 52·6900t급) 및 벤폴드함(DDG 65·6900t급) 등이 소속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