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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에서 원희룡 지사는 무소속으로 재선에 도전해 51.7% 득표율로 경쟁자인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제주지사 후보를 11.7% 포인트 따돌리며 당선됐다. 반면 남경필 지사는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재선에 도전했지만 35.5% 득표율에 그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선자(56.4%)에 밀려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비슷한 행보 걸어온 두 사람... 바른정당 탈당 이후 다른 행보
원 지사와 남 지사는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과 함께 과거 ‘남원정’이라 불린, 대표적인 소장파 정치인이었다. 이들은 한나라당에서 개혁적 목소리를 내며 젊은 보수의 이미지로 정치계에서 두각을 드러내왔다. 원 지사는 3선, 남 지사는 5선 국회의원 생활을 마치고는 각각 고향으로 돌아가 2014년 지방정부 수장에 올랐다는 공통점도 있다.
두 지사는 2016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을 계기로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입당했다. 남 지사가 먼저 몸을 움직였고, 원 지사가 뒤를 이었다. 다만 이후 바른정당이 국민의당과 합당을 추진하자 남 지사는 먼저 탈당해 새누리당에서 이름을 바꾼 한국당으로 돌아갔고, 원 지사는 통합이 마무리 된 이후에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머물렀다.
둘의 운명은 갈렸다. 원 지사는 당의 후광을 업지 못하는 대신 ‘인물론’으로 제주도민의 민심을 파고들었다. 학력고사 전국 수석, 사법시험 수석 출신인 원 지사를 ‘제주도의 인물’로 키워야 한다는 제주도민의 정서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원 지사는 스스로 “중앙정치에 곁눈주지 않겠다”고 했지만, 도민들이 내심 기대하는 ‘제주 대망론’이 선거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홀가분한’ 무소속으로 제주도에서 인기 높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협치 의지도 피력하면서 도민들의 지지를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원 지사는 “문 대통령과 함께 일을 잘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도민이 원하면 가겠다”며 민주당으로의 입당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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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선거가 ‘보수 심판’의 성격을 띤 만큼 원 지사와 남 지사의 다른 선거 결과는 ‘소속 정당’ 요인 탓도 있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선거는 좋아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고 싫어하는 사람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더 크다”며 한국당 간판이 남 지사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처시 본부장은 “남경필이 탈당 후 무소속으로 남았다면 경기지사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가 네거티브로 인해 휘청거림에도 남경필 후보의 지지도가 오르지 않는 것은 한국당이라는 간판 때문”이라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국당에 기피감이 있는 만큼 무소속으로 경기지사에 출마했다면 보수표와 함께 이재명에 실망한 일부 진보층의 표도 일정 부분 가져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원희룡 지사의 선택에는 ‘신의 한 수’라고 평가했다. 배 본부장은 “원희룡은 한국당이라는 당적이 없어지면서 순수 인물로서 유권자에게 평가받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신 교수도 “이번 선거 결과에 드러났듯 한국당의 하부 조직이 완전히 붕괴된 상태에서, 현직 도지사였던 원희룡은 당의 도움을 완전히 버림으로써 유권자들에게 현직 도지사라는 프리미엄을 각인시킬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었다”고 원 지사의 무소속 출마 카드를 성공요인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