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주 이상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예고한 대로 25일 윤석열 대통령 시정연설에 불참했다.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시정연설에 야당 의원들이 집단 보이콧을 한 사례는 헌정사상 처음이다. 민주당이 강경 노선을 선택하면서 여야 갈등의 불씨는 장외로 옮겨 붙었다. 민주당은 외교 무대에서의 말 실수 등에 대한 윤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고, 국민의힘에선 ‘이재명 방탄용’ 움직임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3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앞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로텐더홀 계단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 공동취재) |
|
민주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윤 대통령 시정연설 불참을 최종 결정했다. 당초 시정연설 참석에 대해선 이견이 있었지만 지난주 이후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구속과 압수수색이 전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이를 ‘야당 탄압’이라고 규정, 보이콧 카드를 꺼내들었다.
의원총회에 참석한 이재명 대표는 전날 검찰의 민주당사(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거론하며 ‘침탈, 선전포고’ 등 강도 높은 표현을 통해 비판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제1야당의 중앙당사가 침탈당한 폭거가 발생했다. 정부와 여당이 야당을 말살하고 폭력적 지배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면 우린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윤 대통령은 향해 “시정연설을 하루 앞두고 벌어진 사태는 정상적 정치를 거부하고 국민과 헌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선전포고”라며 “정치 도의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것에 대해 엄중한 심판이 뒤따를 것”이라고 했다.
지난 1988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첫 시정연설 이후 야당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외 투쟁에 나선 민주당 의원들은 ‘이 XX, 사과하라’, ‘국회무시 사과하라’, ‘야당탄압 중단하라’ 등 피켓을 내걸었다. 특히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과정에서 있었던 부적절한 발언을 같이 내건 것은 이번 시정연설 보이콧이 자칫 ‘이재명 지키기’로 축소 해석될 것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입법과 예산 심사를 하는 국회에는 여당만이 아니라 야당도 있다. ‘이 XX’라고 멸칭된 야당 국회의원들로서 최소한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러 국회로 오기 전 그간의 막말과 정쟁에 대해 국민과 국회에 사과하고 매듭짓기를 기대했다”며 “역대 대통령 중 국제 외교현장에서 우리나라 야당을 향해 버젓이 비속어로 공격한 적이 헌정사에 있었느냐”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에선 이 같은 민주당의 행보에 강한 유감의 뜻을 표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금 민주당은 당대표 범죄 혐의를 은폐하기 위해 다수의석 입법권을 남용하고 있다”며 “의회 민주주의 퇴행을 지금 민주당이 앞장서 감행하고 있다. 나라 살림살이에 대한 대국민보고를 이런 식으로 걷어찬 다수의석의 민주당 입법독재는 역사적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