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두원 ‘40세 두원 자화상’(2022·사진=맥화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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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부리부리한 눈에 큰 귀, 덥수룩한 수염을 맵시있게 잘라낸 한 사내가 화면 정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상투처럼 말아 올린 머리에 찔러넣은 붓 한 자루가 아니라면, 단추 두 개가 앙증맞게 달린 빨간 스웨터가 아니라면, 역사 속 어느 성인의 자태라고 해도 믿을 판이다. 붓끝이 향한 오른쪽엔 검고 푸른 글씨로 낙관처럼 작품명을 써넣기도 했는데 ‘40세 두원 자화상’(2022)이라 했다.
1982년 생, 진짜 마흔이 된 작가 이두원이 자신을 그렸다. 자화상을 꺼내놓은 계기 역시 ‘나이’다. 공자가 직접 체험했다는, 40세를 이르는 ‘불혹’(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됐다)을 두고 자신을 점검해봤다는 거다. 매끈한 면천 대신 결이 있는 모직, 성긴 삼베 소재의 아사천 등 패브릭 바탕을 주로 쓰는 작가는 “기량이 아닌 본능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제도권 내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이력의 소유자로서 기꺼이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할 텐데. 세계를 돌아다니며 현지에서 조달한 경험·감정·영감이 소재를 가두지 않는 분방한 장면을 만들어낸 것도 그 덕일 터. 그래서 “나이는 어느새 불혹이나 나는 언제나 유혹”이란다.
30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117번나길 맥화랑서 여는 초대개인전 ‘두원 불혹유혹’에서 볼 수 있다. 울에 혼합재료. 38.5×51㎝. 맥화랑 제공.
| 이두원 ‘화병상상정물화’(2022), 울에 혼합재료, 40×50㎝(사진=맥화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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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두원 ‘삼족오 버드 피아니스트’(2022), 아사천에 혼합재료, 66×133㎝(사진=아트사이드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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