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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세계 최대 팜유 생산국인 인도네시아는 생산량의 3분의 1 가량을 국내에서 소비하는데 왜 식용유 부족 사태가 발생해 수출 금지에 의존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인도네시아는 28일(현지시간) 0시부터 △팜유 원유(CPO·crude palm oil) △정제·표백·탈취(RBD) 팜올레인 △RBD 팜유에 대한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이는 RBD 팜올레인에 한정해 수출을 금지하겠다고 했던 결정을 하루 만에 뒤집은 것입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불법 선적을 막기 위해 수출항에 군함까지 배치해 단속에 나섰습니다.
일단 팜유 원유는 팜나무 열매를 압착해서 짜낸 것입니다. 이를 정제·표백·탈취(Refined·Bleached·Deodrized)하면 RBD 팜유가 됩니다. 여기서 분획 공정을 한 번 더 거치면 고체 부분인 RBD 팜스테아린과 액체 부분인 RBD 팜올레인으로 분리됩니다.
주요 식용유에는 팜유 외에도 대두유, 해바라기유, 카놀라유 등이 있는데요. 이 중 팜유가 전 세계 식물성 기름 출하량의 거의 60%를 차지합니다. 팜유는 식용유와 화장품·세제·바이오디젤 등의 원료로도 쓰입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팜유 생산국이자 수출국으로, 전체 팜유 물량 중 약 60%를 공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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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인도네시아에서는 식용유 품귀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조코 위도도(이하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28일 수출 금지령 시행을 알리면서 “세계 최대의 팜유 생산국인 우리가 식용유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토로했습니다.
원인은 생산이 아닌 유통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도네시아 식물성 기름 산업 협회(DMSI) 의장 대행인 사하트 시나가는 블룸버그통신에 “일반적으로 식용유 산업의 많은 부분이 수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국내 소비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만큼 구조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1만 7000개 이상의 섬으로 구성된 국가입니다. 이같은 특성 때문에 유통망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미등록 업체들도 난무합니다. 국가에 공식적으로 등록한 식용유 처리 공장은 75곳에 불과합니다.
우크라 전쟁으로 팜유 수요도 증가
해바라기유, 대두유, 카놀라유 등에 대한 수요가 팜유로 쏠린 것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해바라기유 1·2위 수출국으로 전세계 수출의 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대두유가 남미의 가뭄으로 최대 수출국인 아르헨티나의 공급이 제한됐고, 카놀라유는 캐나다의 작황 부진으로 공급 부족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대외 수요가 크게 늘어나자 인도네시아의 식용유 업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수출에 열을 올리게 됐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업체가 어느 정도의 물량을 수출하는지 정확한 파악이 이뤄지지 못해 국내 수요가 부족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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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상한제 등 정부정책 실패도 원인
정부의 정책 실패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식용유 가격 급등에 대응해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습니다. 그 결과 유통업자들은 공급 물량을 대폭 줄이고 암거래가 성행하게 됐습니다. 암시장에서는 정부 목표의 두 배 수준으로 가격이 형성됐고, 시장 가격도 목표치보다 높아졌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생필품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식용유 가격까지 급등하자 시민들은 곳곳에서 항의 시위에 나섰습니다. 조코위 대통령의 지지율도 올해 초 75.3%에서 이번 달 59.9%로 급락했습니다. 결국 조코위 대통령은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하게 된 것입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국내 대용량 식용유 가격이 리터(L)당 1만 4000루피아(약 1220원)로 떨어질 때까지는 수출 금지령을 해제하지 않겠다는 방침입니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대용량 식용유 가격은 리터당 1만 7000루피아(약 1480원) 수준입니다. 다만 자국내 수요에 비해 생산량이 워낙 많아 이번 수출 금지 사태가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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