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尹 시정연설…與 ‘19번 박수’·野 ‘침묵 속 피켓시위’

민주당 소속 169명 빠진채 첫 예산안 시정연설
尹 방문 이전에 ‘국회 모욕, 막말 욕설’ 피켓시위
與, 안보·국방 강조하자 환호·박수 갈채 보내기도
  • 등록 2022-10-25 오후 4:15:01

    수정 2022-10-25 오후 10:14:49

[이데일리 김기덕 이수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에서 진행한 첫 예산안 시정연설에 대해 여야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사전에 시정연설 불참을 선언한 만큼 침묵과 피켓 시위로 일관하며 철저하게 무시하는 행동을 보인 반면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연설에 일제히 화답하며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대장동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이날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25일 오전 10시 국회 본회의장을 찾아 내년도 정부 예산과 민생·경제 입법 과제에 협조를 구하기 위해 시정연설을 했다. 민주당 소속 169명 의원들이 전원 불참한 상황에서 국민의힘, 정의당 소속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자리를 지켰다.

전체 의석(299석)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열린 이날 시정연설에서 윤 대통령은 이날 총 19차례의 박수를 받았다. 연설 시간 기준으로 1분당 한 번꼴로 박수를 받은 셈이다. 윤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은 18분 28초로 역대 대통령 중에서도 ‘최단 시간’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하기 전부터 여야 의원들 간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9시 32분께 로텐더홀 앞에서 ‘국회 무시 사과하라’ ‘이 XX 사과하라’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도착한 9시 38분까지 약 6분간 ‘민생 외면, 야당 탄압 윤석열 정권 규탄한다!’ ‘국회 모욕, 막말 욕설, 대통령은 사과하라!’ 등의 규탄 구호를 쏟아냈다.

윤 대통령이 자신을 맞이하러 나온 김진표 국회의장과 함께 국회에 들어서자 민주당 의원들은 예정대로 피켓을 든 채 침묵으로 시위를 이어갔다. 윤 대통령 측 경호원이 민주당 의원들 앞을 가로막자 “어디 국회의원 앞에 서 있어!” “경호원들 비키세요!”라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을 향한 민주당의 항의를 힐끗 바라본 후 무시한 채 김 의장과의 사전환담 장소로 이동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에 참석하기 위해 본청에 들어서자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윤 대통령이 시정 연설에 앞서 진행한 여야 대표단이 참석하는 사전 환담에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불참했다. 이 자리에서 김진표 의장은 윤 대통령에게 “날씨가 좀 쌀쌀해진 거 같다. 그런데 여의도 날씨가 훨씬 더 싸늘한 거 같다”며 “오늘 아침 국회 모습이 가장 좋은 모습으로 국민들께 보여야 할텐데 의장으로서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이 시작되기 전에도 약간의 소란이 벌어졌다. 시정연설에 참석한 정의당 의원들이 좌석에 ‘이 XX 사과하라’ ‘부자감세 철회! 민생예산 확충!’이라고 쓰인 피켓을 세우자 한 여당 의원이 “야 정의당! 웬만큼 해라 웬만큼!”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에 정의당 측도 “이 정도도 고마운 줄 아세요!” “사과하세요, 사과!”라고 외치며 맞대응했다.

다만 연설이 시작된 후에는 여당과 국무위원들의 박수소리만 들릴 뿐 별다른 고성이나 소란은 없었다. 윤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총 19번 박수가 나왔으며 특히 안보, 국방을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작은 환호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이날 민주당 전원이 시정연설에 불참한 탓에 윤 대통령이 선 단상 맞은편은 텅 비어 있었다. 연설이 끝나자 여당 의원들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기립해 박수를 쳤지만 정의당 의원들은 곧장 본회의장을 떠났다. 윤 대통령은 연설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와 가장 먼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악수했다. 이어 조정훈 의원, 양향자 무소속 의원과 악수한 뒤 국무위원을 거쳐 국민의힘 의원들 한 명 한 명과 눈 맞추며 악수를 나눴다. 이후 윤 대통령은 10시 27분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본회의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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