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미車 ‘빅3’ 만나 ‘당근’ 제시…“美공장설립시 규제완화”

백악관서 포드·GM·크라이슬러 CEO와회동
“공장 짓고 일자리 늘리면 세금감면·환경규제 완화” 약속
車업계에 ‘채찍’ 휘두르던 트럼프, 이번엔 회유책
  • 등록 2017-01-25 오후 1:53:31

    수정 2017-02-12 오후 2:47:0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자동차 3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미국 내 공장을 설립해 일자리를 창출하면 세금 감면 및 환경규제 완화 혜택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메리 배라 제네럴모터스(GM) 회장, 마크 필즈 포드 회장,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피아트 크라이슬러 회장과 1시간 가량 대화를 나누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환경 관련 규제를 ‘불필요한 부담’이라고 지적하며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3사가 국내에 공장을 지어 해외로 이전했던 일자리를 되돌린다면, 각종 규제를 줄이고 기업이 투자하고 싶은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석유회사를 비롯해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싶어하는 모두를 위해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그간 트위터에서 자동차 업계를 압박해 온 데 따른 후속조치 성격이 강하다. 그는 취임 전부터 이들 3사의 해외 공장 이전을 비판하며 멕시코산(産) 자동차에 35%의 국경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또 미국 내 공장 설립 및 일자리 창출을 촉구하는 등 ‘채찍’을 휘둘렀다. 3사는 잇달아 ‘백기 투항’하며 미국 내 신규 공장 건설과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 대한 보답으로 이날 ‘당근’을 제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백악관에서 10여명의 기업 대표들과 조찬을 갖고 “기업들에게 과감하게 세금을 줄여주고 각종 규제를 75%, 어쩌면 그 이상 줄일 수 있다”고 공언하며 일자리 창출을 강좋했다.

3사 CEO들은 연비 규정 등 각종 규제와 무역 정책에 대한 의견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은 판매되는 전체 자동차 평균 연비를 2025년까지 갤런당 54.5마일(약 23.1㎞/ℓ)까지 높여야 한다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연비 규제를 완화시켜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는 회동을 마친 뒤 기업 관련 규제들을 신속하게 재고할 것을 명령하는 행정명령들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유책을 제시하면서도 취임사에서 밝힌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재차 강조했다. 또 이에 호응하지 않는 기업들은 엄중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경고의 말도 잊지 않았다.

한편 포드의 필즈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결정에 지지를 표했다. 하지만 피아트 크라이슬러의 마르치오네 회장은 회동 후 기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규제를 없앨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좀 더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들이 표면상으론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는 불편해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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