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지난해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이 전년보다 40조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하반기 금융당국·은행권의 전방위 대출 규제에도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대출도 늘어나며 가계대출이 불어났다.
15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폭은 전년(10조1000억원·0.6%)보다 30조원 넘게 늘어난 41조6000억원(2.6%)으로 집계됐다. 은행권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이 57조1000억원(5.7%) 늘어나며 전년(45조1000억원·4.7%)보다 증가 폭을 키운 영향이다. 2020~2021년 집값 급등기 때 이후 가장 크게 늘었다.
|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감액(률) 추이. (자료=금융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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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작년 가계대출 증가 폭은 전년(37조1000억원)보다 9조1000억원 늘어난 46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 대출 조이기로 ‘풍선 효과’가 발생한 제2금융권은 4조6000억원 줄었는데, 전년(27조원)에 비해 감소 폭이 20조원 넘게 줄어든 것이다. 2년 연속 감소세였던 여신금융전문회사 가계대출이 3조2000억원 늘었고, 상호금융 가계대출 감소 폭도 2023년 27조6000억원에서 작년 9조8000억원 수준으로 절반 넘게 줄어들었다.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은 지난해 서울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단지(올림픽파크포레온) 잔금대출 금리를 시중은행보다 낮추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펼친 바 있다.
은행권 주담대만 보면 금융당국과 은행이 틀어막은 결과 작년 한 해 전년(51조6000억원)과 비슷한 52조1000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대출은 계속 증가했다. 지난해 기금 재원 디딤돌·버팀목 증가액이 2000억원인 반면 은행권 자체 재원 증가액은 39조4000억원에 달했다. 은행 자체 주담대 증가액(31조6000억원)보다 많다. 작년 11월과 12월 대출 규제로 은행 자체 주담대 증가 폭이 각각 8000억원, 1조7000억원씩 줄었지만 디딤돌·버팀목은 2조9000억원, 3조2000억원씩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자체 재원 디딤돌·버팀목 대출 잔액은 22년 말 24조7000억원에서 작년 6월 말 69조5000억원으로 180.8% 증가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연말 기준으로 하면 90조원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이복현 금감원장도 전날 “가계대출 내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건전성 악화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커지긴 했지만 증가율은 경상 성장률 내에서 관리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지난 2023년 말 93.6%였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작년 9월 기준 90.8%다. 금융당국은 “올해도 금융권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자율적인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유지하도록 유도하고, 상환 능력 심사 중심의 여신 관리 체계를 지속적으로 확립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