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열 ‘산수몽’(2022·사진=이상원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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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시간이 필요한 풍경이다. 꼭대기부터 천천히 시선을 내려보면 말이다. 온갖 ‘잡새’가 날아든 푸른나무를 반으로 동강 낸 윗동네 밑으로, 그 나무를 이어간 아랫동네가 펼쳐지는데. 이곳에 사는 생명체는 윗동네와는 완전 딴판이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벌레와 물고기, 씨앗 품은 새들까지 요동을 치고 있으니. 그저 물에 비친 풍경이려니 했던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아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바닥에 진짜 물이, 하얀 포말을 조용히 머금은 바다가 나타났으니까.
이 형이상학적 장면은 작가 이재열(53)의 ‘산수몽’(2022)이다. 작가는 상상 속 유기체가 상상 속 하늘, 산과 물 사이에서 꿈틀대는 꿈 같은 장면을 묘사한다. 결국은 작가가 기대하는 유토피아고 이상향일 텐데, 굳이 말을 아낀다, 아니 붓을 아낀다. 그 세상에서 정작 행복해할 인간의 모습 따위에는 관심도 두지 않았으니까.
전통적 회화 틀로 그린 산수화의 뼈대를 가져다가 현대적인 감성을 입혔다. 묵직하게 가라앉힌 물감으로 날렵함보단 진중함을 번져냈다.
10월 23일까지 강원 춘천시 사북면 이상원미술관서 강지만·윤기원과 여는 3인전 ‘오! 즐거운 세상: 변형된 세계’에서 볼 수 있다. 원주시 문막 후용리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세 작가가 10년 전 의기투합해 만든 ‘후용아트팩토리’ 시절을 더듬는다. 장지에 아크릴채색. 91×73㎝. 이상원미술관 제공.
| 이재열 ‘산수몽’(2022), 장지에 아크릴채색, 203×417㎝(사진=이상원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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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열 ‘산수몽’(2021), 장지에 아크릴채색, 91×117㎝(사진=이상원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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