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수주에 경쟁사 악재까지…삼성 파운드리 '질주'

IBM, 엔비디아 이어 최근 퀄컴 생산 계약 따내
미국의 중국 SMIC 제재 가능성도 호재로 작용
  • 등록 2020-09-08 오후 4:03:13

    수정 2020-09-08 오후 4:03:13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대규모 수주 소식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중국 경쟁사의 악재까지 겹치면서 향후 전망을 밝게 만들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 파운드리 사업부는 미국 퀄컴의 5세대 이동통신(5G)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 4-시리즈의 생산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4-시리즈는 샤오미, 오포, 모토로라 등이 구매자로 알려진 중저가형 5G 칩으로, 내년 1분기 상용화가 예상된다.

퀄컴은 지난해까지 플래그십 플랫폼인 스냅드래곤 8-시리즈로만 5G 제품을 출시했지만, 올해 들어 중고가형 7-시리즈와 6-시리즈의 5G 제품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이 가운데 주로 7-시리즈 생산을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올해 초에는 퀄컴 5G 모뎀칩 ‘X60’ 일부의 생산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최근 대형 고객사 제품을 연속 수주하며 업계 1위인 대만 TSMC를 추격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IBM의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파워10’ 생산을 맡기로 했고, 이달 초에는 미국 엔비디아의 신형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수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정부가 중국 파운드리 업체인 SMIC에 대한 제재를 검토한다는 소식도 삼성전자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언론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SMIC를 거래제한 기업인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파운드리 업계 5위인 SMIC는 내년 말을 목표로 7nm 공정을 준비 중이지만, 미국의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기술개발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는 7nm 대규모 생산 능력을 확보한 삼성전자의 수혜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7일 보고서에서 “향후 SMIC가 미국의 제재 대상에 추가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업체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들은 SMIC 제재 가능성을 고려해 향후 재고 확보 차원에서 해외 파운드리 업체에 긴급주문을 넣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파운드리가 고객사를 하나둘씩 늘리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삼성 파운드리는 TSMC와의 격차가 여전히 큰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점유율 53.9%, 삼성전자는 17.4%를 각각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분기에는 TSMC가 51.5%, 삼성전자가 18.8%였다.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18일 중국 시안에 위치한 삼성 반도체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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