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영 ‘혼자라 좋은 밤’(2022·사진=도잉아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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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누군가 그랬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저마다 제자리를 타고난다고. 치즈볼을 담은 입이 큰 병도, 거품이 채 마르지 않은 볼륨감 넘치는 맥주잔도, 도수가 제법 있어 보이는 안경, 몸통을 잃어버린 아이스크림 뚜껑까지.
작가 정수영이 붓으로 챙기는 의미는 단연 ‘사물’이다. 그렇다고 작가는 자신을 ‘정물화가’로 몰고 가는 덴 동의하지 않는 듯하다. “정물 하나하나를 인물로 생각한다”고 할 만큼 어느 중요한 인물의 초상화인 양 공들여 사물을 묘사할 뿐이라니. 아니 그 이상이다. 인물의 면면에선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숨은 이야기가 이들 ‘사물의 초상화’에선 진하게 퍼져나오니까.
보이는 대로 읽어내기 어려운 인물과는 달리, 작가의 사물은 퍼진 대로, 놓인 대로 뭐든 읽어낼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니까. 맞다. 서로 ‘교감’을 하는 거다. ‘혼자라 좋은 밤’(A Good Night to Be Alone·2022)은 어느 날 홀로 지낸 밤에 사물과 작가가 나눈 그 찐득한 교감일 터. 바로 조금 전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듯한, 여전히 ‘진행 중’인 장면이 자극하는 궁금증과 호기심은 작품을 오래도록 들여다보게 하는 힘이다.
21일까지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325길 도잉아트, 용산구 이태원로45길 뉴스프링프로젝트서 동시에 여는 개인전 ‘87년생 정수영’에서 볼 수 있다. 리넨에 아크릴. 100×100㎝. 도잉아트 제공.
| 정수영 ‘올 게임’(All Game·2022), 리넨에 아크릴, 100×100㎝(사진=도잉아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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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영 ‘새로운 세대’(New Generation·2022), 리넨에 아크릴, 120×120㎝(사진=도잉아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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