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코스닥 지수가 3000포인트 가까이 갔을 때가 있었다던데 정말인가요?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20년도 전의 일입니다. 미국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시장을 참고해 1996년 개설된 코스닥 지수는 1000포인트에서 출발했습니다. 그 덕분일까요. 나스닥을 중심으로 IT 열풍이 거세게 일었고 정부도 거들었습니다. 비록 위험성은 코스피 시장보다 클지라도 높은 수익률을 안겨줄 수 있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중소벤처기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시장으로 코스닥 육성정책을 펴면서 말입니다.
결국 지수 개설 3년 만인 1999년에 코스닥 지수는 2000포인트를 돌파했죠. 승승장구하던 코스닥 지수는 대망의 2000년 3월10일 사상 최고치를 찍습니다. 무려 2834포인트.
설상가상으로 ‘정현준 게이트’가 터지면서 코스닥이 거품 위에 쌓아올린 성이라는 의혹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인트라넷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한국디지탈라인(KDL) 정씨가 자신이 대주주인 동방상호신용금고에서 고객이 예치한 돈 650억원을 불법 대출해 다른 벤처기업들을 문어발식으로 합병하고 매수하는 데 쓰였다는 점이 드러난 것입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이를 눈감아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코스닥을 향한 신뢰는 더더욱 바닥을 기었습니다.
한때 3000포인트 가까이 올랐던 코스닥 지수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525포인트까지 녹아내렸습니다. 닷컴버블 붕괴라는 표면적 이유 이외에도 2001년 9·11 테러, 2003년 이라크 전쟁, 개설 7년 만에 상장기업 수가 3배 늘어나는 등 공급 악재 속 코스닥 시장은 장기간 500~600포인트 박스권에 갇혔습니다.
시장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벤처캐피털 업체들이 보유한 주식을 일정 기간 동안 팔지 못하게 하는 매각제한제도를 두고, 코스닥전용펀드의 투자한도를 완화하기도 했습니다.
또 코스닥 종목이 편입된 ETF 상장을 추진해 기관투자자 참여를 유도하고,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이 성장해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도 도입했습니다.
그런데도 코스닥 시장, 20년째 부진한 모습입니다. ‘원조 코스닥’인 미국 나스닥은 닷컴버블 당시 고점 5048선에서 1114까지 추락한 뒤에도 현재 1만1500선까지 뛰었지요. 하지만 코스닥은 당시 고점은커녕, 3분의 1가량인 ‘천스닥’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규제에도 불구하고 코스닥 상장 기업들은 몸집을 불린 뒤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하고 있으며, 문제로 지적되는 개인투자자 쏠림 현상도 여전한 탓입니다. ‘삼천스닥’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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