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암호화폐 시장은 억누르며 블록체인 산업을 키우려다 보니 ‘퍼블릭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혁신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흔히 블록체인은 프라이빗과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나뉘는데, 퍼블릭 블록체인은 참여자들에게 ‘블록’을 만드는 대가로 암호화폐를 주게 된다. 반면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소수의 참여자에게 관리 권한을 주기 때문에 암호화폐와 같은 보상이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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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온라인으로 개최한 ‘가상자산업 입법 토론회’에서는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암호화폐는 누르며 블록체인은 장려하겠다는 정책을 펴면 프라이빗 블록체인 위주로만 연구개발(R&D)가 진행된다”며 “그렇게 되면 블록체인 사업의 의미 자체가 희석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의 분산 신원증명(DID) 사업을 예로 들었다. 김 교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이용하는 소수의 기업만 참여하는 DID”라며 “DID 자체가 ID가 (플랫폼 기업 등) 중앙기관에 집중 저장돼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기술인데,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반 DID는 참여 기업이 또 하나의 플랫폼 사업자가 되는 셈”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사업만 지원해주다보니 업체도 내성이 생겨 어려운 기술 수준을 요하는 퍼블릭 블록체인은 연구를 안 한다”면서 “왜곡된 R&D 현황을 바꾸려면 ‘암호화폐는 절대로 안돼’라는 정부의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이종구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도 “(정부가)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아직도 이분법적 접근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는 곳은 퍼블릭 블록체인인 만큼 두 개의 관계를 잘 보고 규제해야 한다”고 했다. 이수환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역시 “가상자산 산업 정책과 감독 정책의 충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월 28일 ‘가상자산 관리 방안’을 발표하면서 가상자산 사업자 관리·감독은 금융위원회가, 블록체인 기술 발전·산업 육성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맡는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발의되는 가상자산업 관련 법안에 암호화폐 발행 시장에 관한 규제는 빠져 있어 보완이 필요하단 의견도 나왔다.
이종구 위원장은 “암호화폐 공개(ICO) 문제는 골치가 아파 생각을 잘 안 하려고 하는데, 이 문제를 생각 안 하면 소비자 보호는 반쪽”이라며 “ICO를 통해 다단계 판매를 하고, 사람들의 돈을 빨아들여 피해를 일으키는데 거래소 거래만 규제해서 제대로 되겠나”라고 했다.
조진석 한국디지털에셋 이사는 “특정금융정보법상 법인은 실명 확인 대상이 안 되니 (특금법이 시행되면) 국내 거래소에서 법인은 가상자산 거래를 못하는 상황이 된다”며 “법인들의 매매, 보관 등에 대해서도 법안들에 반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규제 등의 실현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주영 금융위 금융혁신과장은 “시세 조종 문제 같은 경우 자본시장에는 감시 인력이 300명 정도 된다”며 “가상자산은 시세 조종이 전세계적으로 이뤄지는 측면도 있고, 시세 조종 금지 등 선언적 규정을 할 순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는 고민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