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현수 ‘매직 램프’(Magic Lamp·2022), 캔버스에 아크릴, 130.3×162.2㎝(사진=이유진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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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삐죽하고 뾰족한 도형의 밀집체. 그 사이를 세련되게 파고든 바늘 같은 선과 면이 보인다. 둥그런 유연체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딱 떨어지는 형체를 잡아내는 데는 별 도움이 안 된다. 애써 구체적인 뭔가를 잡아내려는 노력이 부질없단 뜻이다. 다만 힌트는 얻을 수 있다. 작가 경현수의 작업이라면 최소한 ‘출발지’는 있으니까. 바로 지도 속 길과 공간을 기하학적 추상언어로 바꿔낸 일 말이다.
사실 말처럼 쉽진 않다. 이 과정에서 공들여 축출한 디지털정보를 아날로그 조형으로 다시 옮겨놓기도 했는데, ‘경부고속도로’(2016)란 작품이 그랬더랬다. 당시 작가는 “모호한 생각에 불확실한 아이디어를 쌓아 형상을 만들고, 이 형상에 질감을 입혀 떠돌던 생각을 캔버스에 드러나게 한다”고, 알듯 모를 듯한 설명을 했더랬다.
물론 그게 끝은 아니었다. 작가의 추상언어는 작가의 길을 따르며 오랜시간 다듬어지고 변화해왔던 거다. 그렇게 ‘매직 램프’(Magic Lamp·2022)에까지 왔다. 현재 지점을 일러주듯, 컴퓨터모니터에나 떠다니는 화살표 커서가 등장하고, 이 ‘모호한’ 지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직접 써놓기까지 했다. ‘구상’의 문자로 말이다.
8일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77길 이유진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매직 램프’에서 볼 수 있다.
| 경현수 ‘조지 콘도’(Goerge Condo·2022), 캔버스에 아크릴, 130.3×162.2㎝(사진=이유진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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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현수 ‘K군’(K-Gun·2021), 캔버스에 아크릴, 65.2×65.2㎝(사진=이유진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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