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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장 겸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25일 현 정부의 혁신산업 정책에 대한 쓴소리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소비자에게 서비스 선택 맡겨야 혁신산업 태동”
우선, 기술혁신산업 정책에 ‘소비자’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버가 한국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소비자 편익보단 택시 사업자 어려움을 고려한 국회와 정부 결정”이라면서 “타다 역시 기존 택시업계 반발로 시장에서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결국 서비스 선택은 정치권이 아닌 소비자에게 맡겨야 된다는 주장했다. 이 교수는 “혁신 산업 생태계에 가장 큰 장애물은 소비자 보호 명분을 가장한 기존 산업 보호 규제”라면서 “신산업 진입 장벽을 낮추고, 기존 사업자 규제도 완화해 우버, 타다, 택시 등이 한꺼번에 경쟁토록 해야 한다.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서비스가 살아남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플랫폼 규제법? 결국 되지도 않는 법
그는 “플랫폼 규제 입법은 결국엔 공정위와 방통위 간 플랫폼 규제 관할권 경쟁에 불과하다”며 “업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성급한 입법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평가절하했다. 이 교수는 “인앱결제강제방지 법안도 목적은 정당했지만 정부가 의욕이 앞서 세심한 제도 설계가 미비했다”면서 “전 세계 최초 ‘입법’ 타이틀 외에 법 수용성과 집행 가능성을 제대로 고려했는지를 묻고 싶다”고 말했다.
구글은 오는 4월부터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강행하겠다고 최종 통보했다. ‘구글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으로 불리는 이 법은 지난 2년간 논의 끝에 최근 시행됐다. 하지만, 구글이 이를 무력화하는 모양새다.
법치주의가 문제 해결에 만능열쇠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방송·통신 융합 성격에 기존 케이블·IPTV 유료방송을 대체재 성격도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에선 OTT를 두고 한쪽에선 부가통신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최소규제 적용을, 다른 편에선 방송법 편입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이 교수는 “제3의 법체계를 만드는 것도 안이지만, 최소 규제를 유지하면서 시장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신중론을 견지했다.
현 정부의 치적으로 평가돼 온 규제샌드박스는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을 주문했다. 규제샌드박스는 사업자가 신기술을 이용한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현행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제도다.
이 교수는 “정부에선 상당수 몇 개 기업이 규제샌드박스 혜택을 받았다고 홍보하나, 실제 규제샌드박스 덕분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 하나라도 있나”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 일부 부처만 운용 중인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전 부처·전 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민간 후속투자가 이어지는 파급력 있는 비즈니스가 태동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 조직 개편에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 교수는 “교육과 과학기술의 결합은 이명박 정부에서 성공하지 못한 사례로 평가된다”면서 “과학과 ICT 결합은 유지하되, 분산된 미디어 정책 중 유료방송 분야를 통합하는 방향이 타당하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데이터, AI, 플랫폼 등 디지털 정책이 여러 부처에 걸쳐 있다”며 “차기 정부에선 대통령실에 디지털정책수석과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디지털 대전환추진 위원회’ 신설해 정책 조정력과 실행력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 교수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법학 석사를, 서울대에서 행정학 석사와 법학 박사를 각각 받았다. 그는 지난 1991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정보통신부·국무조정실 서기관으로 재직했다. 또 2004년부터 2015년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외국변호사로 법조계에 몸담았다. 이 교수는 지난 2015년부턴 하버드 로스쿨 방문학자를 시작으로 학계에서 행정규제와 디지털법·정책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