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에 안긴 대기업 계열사, ‘계열지원’ 제거에 신용등급 줄하향 우려

[마켓인]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 사모펀드 매각 사례 증가
신용평가사 “PEF 체제서 계열지원 인정 제한적”
대기업-대기업 거래 대다수인 과거와 상황 달라
  • 등록 2025-01-14 오후 7:28:00

    수정 2025-01-14 오후 7:28:00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주력 대기업이 몸집을 줄이기 위해 계열사를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만큼 신용도 불확실성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용평가사들이 사모펀드 체제에서는 계열지원을 인정하지 않으니 등급이 하향이 과거보다 많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대기업 산하 계열사들이 사모펀드에 매각되는 사례가 늘면서 이들 기업의 신용등급 하향 행렬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용평가업계에서 대주주 변경 시 가장 우선적으로 계열지원 여부를 신용등급에 반영하는 만큼 사모펀드 매각 시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재무적으로 열위한 계열사의 경우 계열지원에 따른 신용등급 조정 외에 추가적인 하향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존재하는 만큼 채권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사진=롯데렌터카)
◇ 계열지원 제거로 하향사례 늘어날 것


14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사모펀드에 계열사를 매각하는 사례가 늘면서 해당 기업의 신용등급 조정에 대한 채권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이 이들 기업이 사모펀드로 넘어가면서 계열지원을 이유로 자체 신용등급 대비 1노치(notch) 높게 부여했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노치는 알파벳에 ‘+, 0, -’를 붙여 나타내는 신용등급 세부단위다. 가령 A- 등급에서 BBB+ 등급으로 낮아지면 1노치 하향된 것이다.

실제 신용평가업계는 출자 재원에 한계가 있는 사모펀드 특성을 고려하면 대기업 계열사들의 M&A 과정에서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당장 NICE신용평가는 한앤컴퍼니에 매각이 결정된 SK스페셜티의 장기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했다. 홍콩계 사모펀드인 어피니티파트너스가 인수를 결정한 SK렌터카와 롯데렌탈에 대해서도 계열지원 반영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이들 기업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 중이다. 지난 2019년 JKL파트너스에 매각된 롯데손해보험도 M&A과정에서 신용등급이 A(안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과거 M&A 이슈 대다수는 사업 다각화 목적에 따른 대기업과 대기업 간의 거래가 대다수를 차지했던 만큼 계열지원 요소가 변동되는 사례는 많지 않았다”며 “하지만 지난해부터 대기업 계열사가 사모펀드 아래로 들어가는 지배구조 변경 이슈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열지원이 반영된 대기업 계열사가 사모펀드로 넘어갈 경우 이에 따른 신용등급 가중치를 제거한다고 보면 된다”며 “이에 따라 신용도 변동에 따른 채권 투자자들의 우려가 많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신용평가사 관계자도 “계열지원 가능성을 반영 받고 있던 그룹 계열사가 다운사이징(Down Sizing) 과정에서 사모펀드로 매각되는 경우가 많다”며 “사모펀드로 체제하에서는 신용평가사들이 계열지원 요소를 인정해주지 않다 보니 등급 하향 사례가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계열지원 이후에도 브랜드명을 사용하거나 사업적 연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도 “이는 신용평가에서 고려하는 계열지원과는 결이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사진=SK렌터카)
◇ 재무 및 사업 여건 따라 추가 하향 가능성도

일각에서는 대기업 계열사가 사모펀드로 매각되는 과정에서 계열지원으로 조정받은 노치 이상으로 신용등급이 하향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계열지원과 별개로 매물로 나온 기업의 재무 상황과 사업 환경이 열위에 놓여있을 경우 추가적인 하향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사모펀드로 넘어갔을 때 기존 계열에서 받았던 지원 가능성의 노치 수준의 조정을 베이스로 깔고 여기에 더해 조정하는 것”이라며 “사모펀드로 가면서 여러 유형의 지원이 소실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계열지원 제외하는 것 이상의 추가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신용평가사 관계자도 “대주주 변경 시 가장 우선적으로 보는 것이 계열지원”이라며 “사모펀드로 넘어간 기업의 계열지원 가능성을 인정한 사례가 없다”며 “계열지원이 신용도에 1노치 이상 반영된 기업의 경우 사모펀드로 매각되는 과정에서 그 이상의 신용등급 하향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계열지원 요소 제거와 사업 및 재무적 상태를 동시에 반영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신용평가업계의 중론이다. 재무건전성과 사업환경의 경우 매각 이후 개선될 여지가 존재하는 만큼 시간을 두고 판단한다는 설명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계열지원 요소를 제거하더라도 재무상태와 사업 기반의 변동을 판단하는 데에는 시간이 소요된다”며 “계열의 지배구조 변동과 함께 모든 사업적 기반이 무너지거나 자본 적정성에 문제가 생긴다고 보진 않기 때문에 신용평가사들도 공격적으로 이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른 신용평가사 관계자도 “사모펀드로 넘어간 이후 전반적인 상황이 악화하거나 개선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추가 조정을 검토해볼 수 있다”며 “계열의 지배구조 변경뿐만 아니라 회사의 자체적 사업 특성에 따라 신용도를 판단해 조정을 고려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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