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세기의 담판으로 불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6.12 북미정상회담 전후로 문재인 대통령이 합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6.13 지방선거와 관련해 오는 8일 사전투표에 참여한다고 청와대가 공식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는 북미회담 성공을 전제로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 방문을 염두에 둔 사전정지 작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청와대는 대통령의 사전투표 참여는 싱가포르행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투표율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공식 설명했지만 다소 궁색하다.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행이 없다면 굳이 사전투표에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靑, 정치적 확대해석 경계…文대통령 사전투표 참여에 “투표율 제고 차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4일 춘추관에서 가진 현안 정례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6월 8일 6.13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의 사전투표 결정은 전국단위 선거에서 지방선거 투표율이 50%대로 낮아 사전투표를 통해 투표율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의 사전투표에는 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청와대 직원들도 많이 동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이번 결정이 가져올 정치적 파장을 의식한 듯 “사전투표는 싱가포르와 무관하게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고 정치적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김 대변인은 2016년 20대 총선과 2017년 19대 대선 당시 사전투표의 도입으로 전체 투표율이 상승한 점을 예로 들면서 “지방선거는 (투표율이) 역대 40%대까지 떨어진 적이 있고 다른 두 선거(대선, 총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사전투표를 통해서 전체 투표율을 끌어올릴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사전투표, 전례 없는 일”…文대통령, 싱가포르서 북미중재 역할?
문제는 대통령 사전투표가 전례가 없다는 점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 전국 단위 규모의 선거에서 선거일 당일 투표권을 행사했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 당일인 6월 13일 문 대통령의 투표를 불가능하게 한 중대 일정이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북미정상회담 다음날인 6월 13일 남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에 대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청와대는 이러한 관측에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북미 실무협상을 예의주시하면서 차분히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 방문 여부는 전적으로 북미회담 성과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선언’ 언급으로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 방문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남북관계 개선→북미회담 성공→남북미 3국 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북미수교 등 관계정상화로 이어지는 문 대통령의 북미중재 외교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기대감 또한 커지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 정부가 북미 정상간 담판 타결을 전제로 싱가포르행 초청장을 미리 받았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게 아니라면 북미정상회담 이후 남북미 3국 정상회담과 종전선언이라는 외교적 이벤트의 성사 가능성에 대비해 문 대통령이 사전 준비 차원에서 13일 일정을 선제적으로 비워놓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