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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야권 후보들의 단일화 여부가 선거전의 빅 이벤트로 떠올랐다. 당장 선거가 3주도 남지 않은 시점에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이번 주말이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는 몇개 단서 조항을 걸고 야권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적극적인 입장이지만,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는 본인이 ‘야권 대표선수’라며 일정하게 선을 긋고 거리두기에 나섰다. 선거 이후 정치 행보 등을 둘러싸고 두 후보 간 치열한 수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6·13 지방선거 후보등록이 시작된 24일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김문수, 안철수 후보는 모두 본 선거를 위한 후보 등록을 마쳤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야권 후보들이다. 당초 ‘1강(박원순)·2중(김문수·안철수)’ 구도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됐던 서울시장 선거 판세가,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박 후보의 초강세속에 두 야권 후보가 ‘약체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실제 이데일리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3~14일 이틀 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후보의 지지도는 60.8%로 첫 60%대로 진입했다. 김 후보와 안 후보는 각각 16%·13.3%를 기록하며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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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상으로는 두 야권 후보의 지지율을 합해도 이미 박 후보와는 더블스코어 이상 차이가 난다. 정치권 일각에서 ‘어서박(어차피 서울시장은 박원순)’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오고 있다. 이날 안 후보는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박 후보는 이미 당선됐다고 생각하고, 이번 선거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다음 대선을 준비하는 것 같다”며 “서울시민을 만나기 보다는 당원을 만나고 친문 세력 핵심인사와 자주 손잡는 행보를 보인다. 서울시민에게 정말로 큰 실례”라며 꼬집기도 했다.
가장 급한건 제1야당인 한국당이다. 김 후보가 지난 18일 단일화 가능성을 첫 언급한데 이어 전날에는 그동안 후보 연대에 부정적이던 홍준표 대표도 “정당 차원에서는 (단일화) 생각이 없고, 후보들끼리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며 힘을 보탰다. 김 후보는 이날 역시 “후보 단일화를 위해서는 안 후보의 경제관과 정치외교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두가지 조건을 걸고 연대 가능성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안 후보는 단일화 논의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주도권을 잃지 않는 모습이다. 안 후보는“단일화는 후보자가 하는게 아니라 유권자가 가능성이 높은 곳에 지지를 모아주셔야 가능하다. 저는 이미 추세가 만들어졌다고 본다”면서, ”만약에 박원순대 김문수가 되면 과거 서울시장 대 과거 경기도지사의 구도가 되지만, 저는 과거 대 미래 구도를 만들 유일한 후보“라며 본인이 야권 대표선수임을 또다시 강조했다.
다급해진건 김 후보다. 이미 경기도에서 세번의 국회의원과 두번의 경기도지사를 역임한 거물급 정치인인 그가 3등으로 선거를 끝내면 자칫 정치 인생이 끝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야권 안팍에서 단일화 압력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며 “두 후보에게 단일화는 매력적인 카드일 수 있지만, 선거 이후 본인의 정치적 입지 등을 고려해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