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회사채 공모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들이 끌어모은 돈이다. 작년 연말 비상계엄 사태에 이어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면서 회사채 투자심리도 얼어붙었을 것이란 우려가 무색하게 투자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과 안전자산을 찾는 수요가 맞물린 결과다.
다만 이같은 연초효과가 계속 이어질 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찍힌다. 탄핵정국 추이, 추가 금리인하 강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영향 등 채권시장 분위기를 좌우할 변수들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일부 기관투자자는 회사채 금리가 작년보다 떨어진 상황에서 투자 매력이 크게 없다고 보고 작년보다 회사채 투자를 줄이기도 하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올해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 첫 테이프를 끊은 포스코는 5000억원 규모 발행에 3조4650억원의 주문을 받아냈다. 한회에어로스페이스는 2000억원어치 발행에 12배에 달하는 2조5100억원의 주문이 몰렸다. 이어 줄줄이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대부분 우량채는 조 단위 자금을 끌어모으는 등 탄핵정국 속에서도 연초효과는 변함없이 발현되는 모습이다.
이달 회사채 발행 예정 건수는 35곳, 약 6조원 수준이다. 작년 1월 기준 발행 건수는 117건, 수요예측 금액은 9조470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줄어든 수준이다. 하지만 수요예측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첫 주 자금이 몰리면서 최종적으로 증액을 결정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연초효과를 확인한 발행사들이 본격적으로 발행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여 발행 규모는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회사채 시장이 달아오른 가장 큰 이유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다. 국내 경기가 부진하면서 한국은행이 1분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상황인만큼 이를 노린 캐리(이자수익) 수요가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부동산 PF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는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을 찾는 수요도 여전하다는 의견이다.
박경민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에 비해 국내애서는 경기 우려가 높아 1분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크다”면서 “이에 따른 캐리 수요가 유효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연초효과 작년처럼 오래갈지 ‘미지수’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작년 대비 빠른 연초효과로 인해 연초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 차이는 2월 말까지 계속 좁혀질 것”이라면서 “3월 중순 이후에는 1분기 말 채권 자금 유출과 2월까지 강하게 축소된 크레딧 스프레드 수준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잠시 약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1분기 이후 추가 기준금리 인하 전망과 국채 금리 방향 등에 따라서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하가 본격화한 상황에서 이미 상당수 연기금이나 공제회들은 올해 회사채 투자 비중을 줄이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올해 채권 투자 비중을 줄이기로 결정했다는 한 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금리 인하를 시작하면 채권 투자는 매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면서 “이미 우량채는 2% 후반에서 3% 초반 금리 수준인데 굳이 그 금리를 받기 위해 회사채에 투자할 유인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올해 본격적으로 트럼프 시대가 시작되고 이에 따른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업종별 양극화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량채와 비우량채 사이 분위기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연초에는 일반적으로 AA등급 이상 우량채 발행이 모여있다”면서 “연초 회사채 발행시장에서 여전히 수요가 견조함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비우호적인 업종이나 A등급 이하 발행 결과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