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했던 대로 미국이 체결한 각종 무역협정을 재정비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단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부터 손을 댔고 동시에 영국과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 논의에도 착수한다. 이제 머지 않아 한·미FTA도 트럼프의 공약대로 재조정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트럼프, NAFTA 정조준…협정 폐기도 불사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참모진 시무식에서 “우리는 NAFTA와 관련된 문제들을 조만간 협상할 것”이라며 “재협상은 NAFTA 자체는 물론이고 이민과 국경 치안 등 이슈까지 다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조만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만날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트럼프는 유세기간에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100일 안에 미국에 더 유리한 조건으로 NAFTA 재협상에 나설 것이며 여의치 않으면 200일내에 이를 폐기할 것이라고 약속했었다. 그는 실제 대통령에 당선되자 취임 전부터 멕시코산(産) 제품에 35% 국경세를 부과하겠다며 자동차업계를 압박했다. 취임 당일 백악관도 6대 국정기조에 무역협정을 포함시켜 “만약 파트너 국가들이 미국 노동자들에게 공정한 재협상을 거부한다면 트럼프는 NAFTA를 폐기하겠다는 의사를 통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NAFTA 재협상이 현실로 다가오자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리 공조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트뤼도 총리와 니에토 대통령은 전화통화를 갖고 북미에서의 경제적 통합을 더욱 강화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기로 합의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자문위원단은 NAFTA협정 중에서도 자동차분야 규칙 변경에 주목한다. 북미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중 상당 부분을 미국에서 생산하도록 하고 선적시 무관세 혜택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英과 곧 FTA 논의…한미FTA도 재협상 불가피
이렇다보니 한미FTA 역시 재협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8월 한미FTA를 미국 일자리를 죽이는 무역협정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과 FTA를 체결하면 수출이 100억달러 이상 늘고 7만개 이상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했지만 모두 거짓이었다”며 “오히려 한미FTA로 10만개 일자리가 사라졌고 대(對)한국 무역적자는 150억달러 이상 늘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승리 직후에도 “한미FTA 재협상을 추진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재협상과정 역시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는 다른 나라와의 무역협정에서 징벌적 관세 부과를 무기로 사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우리나라는 철강·금속·화학제품 등의 분야에서 미국의 반덤핑관세 부과 등 수입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결국 한국을 포함해 대(對)미 무역협정으로 관세 특혜를 누려 왔던 국가들로서는 NAFTA 및 영국과의 협상 결과에 준해서 재협상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