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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역할은 구성원이 자신의 진주(재능)를 꺼내 빛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함께 삶과 조직, 세상을 바꾸는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삼성전자에서 세트(DX)부문과 반도체(DS)부분을 총괄하는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이 연일 임직원들과의 소통을 직접 실천하며 조직문화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그간 당연시했던 일방향적 소통에서 직원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일상화하는 등 사내 소통을 강화, 삼성뿐 아니라 재계 전반에 기업문화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JH로 불러달라’ 한종희, 타운홀 미팅에 소규모 티미팅 진행
한 부회장은 지난 1일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사옥에서 주재한 타운홀 미팅 ‘DX 커넥트’에서 “조직문화는 수평적 문화가 기본 근간이고, 수평적 문화의 근간에는 상호존중이 있다”며 조직문화 개선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이 행사는 IT·모바일(IM) 부문과 소비자가전(CE) 부문을 DX로 통합한 후 처음 열린 소통행사로, 한 부회장은 “앞으로 통합시너지와 미래준비, 조직 간 협업 등 3가지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자신을 부회장이 아닌 JH(‘종희’의 영문 이니셜)로 불러 달라고도 했다.
지난달부터는 실무진 5~6명과 ‘원테이블’이라는 이름의 티미팅 간담회도 진행 중이다. 지난달 18일 혁신 업무 담당자들과 맨 먼저 간담회를 진행했고, 이달 15일에는 회사 내 멘토와 멘티를 연결해주는 조직인 멘토단과 간담회를 할 예정이다. 원 테이블은 매월 셋째 주 금요일로 정례화해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DX부문장으로 사내 소통 혁신을 위해 티미팅을 진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직무, 직군의 직원들과 대화를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소통의 달인’ 경계현, 다차원 소통 시도…노사 대화 물꼬
특히 삼성 주력사업인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과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의 위톡 참석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용인 사장은 시스템LSI사업부가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를 주도해나가자며 자긍심을 북돋는가 하면,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을 언급하며 “기죽지 말고 일하자. DS부문 임직원들 스스로가 자랑스러워하고 미래를 꿈꾸는 시간을 만들어가자”고 주문하기도 했다. 임직원들은 컨퍼런스 콜 등 공식석상에서 볼 수 있던 사업부장과 직접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며 책임경영 및 소속의식 고취에 도움이 됐다는 반응이다. 다만, 최근 불거진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논란과 함께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부진 등에 대한 깊은 고민은 부족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날 위톡에는 삼성전자에서 인프라기술을 총괄하는 남석우 최고전략책임자(CSO) 부사장이 임직원들과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남 부사장은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점차 거대해지고 복잡해지는 제조 인프라의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중요하다”며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의 강화되고 있는 만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본·소통·협업을 바탕으로 최고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환경과 사람을 소중히 하는 문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했다.
경 사장은 임금교섭을 진행 중인 노동조합과의 스킨십도 주저하지 않았다. 지난달 노조 대표단의 면담 요청에 응했고, 경 사장은 대화를 이어가며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부터 의견을 맞춰보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8월 단체협약 체결식에 당시 김현석 대표이사가 참석한 적은 있지만, 교섭 진행 중에 대표가 노조가 만난 건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