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승은 ‘허구를 뿜는 보일러’(2022), 캔버스에 오일, 227.3×181.8㎝(사진=아트사이드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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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굴뚝처럼 파이프가 솟은, 얼핏 벽난로처럼 보이는 ‘보일러’ 앞에 누군가 앉아 있다. 파란색 러그 위에서 그만큼 파란 사과를 베어먹는 중이다. 사실 여기까지다. 스토리를 연결할 다른 고리는 찾기 힘들단 뜻이다. 다만 하나는 제대로 보인다. ‘찻잔’이다. 층층이 쌓인 찻잔이 굴뚝, 아니 파이프에 빨려들어간 뒤 연기처럼 흩어지고 있다.
작가 송승은(31)의 독특한 서사가 다시 시작됐다. 흔들리는 일상풍경, 흐릿한 사람풍경을 통해 말로는 어려운 불안·혼란을 드러내는 작업 말이다. 현대사회를 사는 인물과 그 곁에 놓인 사물. 소재로 볼 땐 특이할 게 없다. 특별한 건 분위기다. 때론 냉랭하게, 때론 으스스하게, 결정적으론 귀엽게 코믹한, ‘헷갈리는 긴장감’을 펼쳐놓는 거다.
사실 이는 작가가 의도한 그대로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내가 보일까 두려우면서도 드러내고 싶기도 한 모순적인 마음”을 담아냈다니. 그 복합적 상태를 지휘하는 도구가 사물인 셈. 신작에는 ‘선명한’ 찻잔이 등장했다. ‘허구를 뿜는 보일러’(2022)는 ‘찻잔 연작’을 대표하는 한 점이라 할 터. 불그스름하거나 푸르죽죽했던 예전 색감이 둘을 합친 듯 ‘보라스러워’진 점도 ‘선명한’ 변화다.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6길 아트사이드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미끄러진 찻잔’(Slippery Teacup)에서 볼 수 있다.
| 송승은 ‘커피메이커’(Coffee Maker·2022), 캔버스에 오일, 162.2×130㎝(사진=아트사이드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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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승은 ‘다이닝룸’(Dining Room·2022), 캔버스에 오일, 90.9×72.7㎝(사진=아트사이드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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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승은 ‘너무 자란 식물’(Overgrown Plants 1·2·2022), 캔버스에 오일, 각각 227.3×181.8㎝(사진=아트사이드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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