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주오 박동현 박순엽 기자]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앞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수천명에 달하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관저 앞으로 몰려들면서다. 일부 지지자들은 체포영장 집행 예상 경로에 드러눕거나 경찰과 몸싸움을 하는 등 격렬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온라인 상에서는 과격한 집회 방법이 공유되고 있어 향후 체포영장 집행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집회가 격화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 2일 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서울 한남동 윤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보수단체가 체포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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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사흘째인 2일, 오전부터 대통령 관저 앞엔 수천명에 달하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였다. 이른 아침 수백명 수준이던 인파는 공수처가 이날 체포영장을 집행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대통령 수호 집회’ 측은 당초 한남동 루터교회 앞 인도 및 2개 차로에서 3000명이 모인다고 신고했지만, 관저로 올라가는 도로에는 오후 3시20분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6000여명이 모였다. 이 떄문에 집회를 통제하는 경찰과 지지자들의 충돌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이들은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올 때마다 “경찰이 안 막으면 우리가 막아야 한다” “육탄전으로라도 막자”고 소리쳤고, 관저 입구에 드러눕는 등의 방법으로 길을 막기도 했다. 이처럼 지지자들의 행동이 격화되자 경찰도 대규모 인원을 투입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를 관리하기 위해 1500~2000명 가량을 투입했다고 알려졌는데, 길에 누운 지지자들에게 해산명령을 내리는 등 갈등을 빚기도 했다.
아울러 이날 오전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 참가자들과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빨리 물러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이에 반발해 욕설을 하며 대응했고, 양측이 뒤엉키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한강진역 앞에 설치된 대통령 퇴진 집회 무대를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점거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윤석열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관저 앞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을 즉각 체포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봄’을 만들어나가자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체포하라” “헌법파괴범 윤석열 즉각 파면하라” “내란공범 국민의힘 즉각 해체하라” “내란동조자 몰아내고 민주주의 지켜내자” 등의 구호를 연달아 외쳤다.
한편 지난 1일 윤 대통령이 관저 앞 지지자들에게 “나라 안팎의 주권침탈 세력과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하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후 해당 집회는 더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대통령이 우리를 보고 있으니 집회에 더 많이 참여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고, 과격한 행동을 부추기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방송사 PD 출신 한 유튜버는 SNS에 “100ℓ 휘발유가 든 드럼통에 심지를 박고 불을 붙여 굴려서 하나가 폭발하면 반경 30m는 불바다가 된다. 시범으로 하나를 터뜨려 보여주면 놀랄 것”이라고 위험한 행동을 조장하기도 했고, “윤석열 수호대는 죽창, 쇠구슬 새총, 쇠파이프, 화염병, 짱돌 등 모든 방어적 자원을 확보해둬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